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걸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맨발 걷기하고 집 치우고 간단히 먹을 것을 해주는 엄마가 되어 기뻤어요. 몸이 조금 안 좋더라도 가족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어 있는 아내, 엄마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 말대로 몸은 유리알이었어요.
조심조심 또 조심. 그러나 그걸 모르는 저는 하나 하게 되면 두 개, 세 개 더하고 싶었어요.
5월 내내 감기 달고 살았어요. 아픈 게 끝나고 나면 다른 아픔이 오고... 그러나 엄마 역할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구절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잠 못 드는 밤, 뜨는 태양을 기다렸어요.
6월 26일 아침 기침 몇 번 하는데 아래쪽 배근육이 찢어질 듯 아팠어요.
'괜찮아지겠지.'
애들 챙기고 맨발 걷기하고 집에 와 집안일하고
오케스트라 가는 아이들 간식 준비했어요.
아이들 바려다 주고 저녁이 되었을 때 기침을 안 했는데 배근육 통증이 낫지 않았어요. 새벽까지요. 오한과 구토 느끼며 남편한테 말했어요.
"여보, 119."
남편이 응급실에 전화하고 자차로 병원에 갔어요. 엑스레이 간신히 찍고 CT 검사 겨우 검사했어요. 응급처치과 선생님께서 판독하시더니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셨어요. 큰 병원에 가야 될 수도 있다고요.
오전 8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협진을 통해 하나씩 풀어갔어요. 남편이 전해줬어요.
"여기서 고칠 수 있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다만, 기침으로 인한 복부 근육 파열로 동맥 피가 오래전부터 고여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제목과도 같은 상황이었어요.
'기침으로 인한 복부 근육 파열, 동맥 출혈.'
우리 집 갓난쟁이들 아침에 일어나 이 소식 들으면 가슴 아파할 텐데... 요한이는 겉으로 표현하지만 안나는 속상한 마음 혼자서 끙끙 앓을 텐데...
아이들 픽업, 화실, 다가오는 7월 5일 이탈리아 여행 다녀온 비아와 방 신부님과 집에서 파티하기로 했는데...
아프니까 소중한 사람들이 줄줄이 생각났어요.
친구, 선생님, 큰 이모...
물 마시려 몸을 일으키자 의사 선생님께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어요.
"와 움직이는데요?"
"약 먹으러 물 뜨러 가려고요."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을 시켜 푯말 붙어 놨어요.
<절대안정>
글씨체가 재미있어 웃음이 났어요. 발은 맨발 걷기하고 싶어 안달 났는데 주인장은 절대안정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가장 좋은 건 평범한 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일어나 학교 바려다 주고 맨발 걷기 하고 집에 와 정리하고 화이트 시폰 살랑거리는 주방에 앉아 남편이 심어 준 장미 보며 커피 한잔 하는 시간. 그리고 저녁이 되면 주방 샹들리에 켜고 가족이 둘러앉아 대화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