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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Jun 30. 2024

명암

퇴원




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기침으로 인한 복부 근육 파열, 동맥 출혈로 병원에 입원했어요. 잠 못 드는 밤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었어요.

'애들이 어서 컸으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남편에게 둘째 안부를 물어보면 잘 지내고 있으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어요. 요한이야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자기만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지만 안나는 아직 어려 걱정이 되었어요. 아빠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 마음 아파할 것이 눈에 선했어요. 그것뿐이었을까요? 집안일부터 아이들 공부, 해야 될 일들이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했어요. 미련 맞은 자신을 자책하다, 생각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첫째 날, 움직이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제게 도움의 손길이 있었어요. 옆에 입원해 계시는 할머니요. 농사로 인한 오랜 그을림과 주름이 깊게 파여 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젊은것이 아파서 어찌 하누. 쯧쯧쯧."

휴지도 갔다 주시고, 식판도 정리해 주셨어요. 복통으로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만들어 보여 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 알았어. 알았어."

할머니는 곁에서 다독다독해 주시다 오후 4시 일회용 컵과 물티슈를 주시고 퇴원하셨어요.

'부디 건강하시길...'

옆자리가 비고 간호사 선생님이 휠체어 타고 옆방으로 이동해 달라고 했어요.

'네.'

대답보다, 어지럼증으로 구토가 나왔어요. 그래서 다른 입원실에 계시던 56세 아주머니가 옆자리로 오게 되었어요. 병원복 사이로 보이는 발목이 제 손목보다 가늘었어요. 다리는 오크색보다 어두웠고, 링거 줄이 달려 있었어요. 아주머니께선 아픔으로 인한 탄식이 입에서 계속 흘러나왔어요.

"사는 것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삶의 무게가 전해졌어요.

병실에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어요.

'살아온 날이 지금이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미래가 될 텐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이에게 아픈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 어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어요. 내가 존재하는 시간과 선택이 현재의 나인데 지금의 시간을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뜨듯 떠 보내보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했어요. 병원에서 시간은 대지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3일째 되는 날, 새벽은 시장보다 더 분주했어요. 한 간호사 선생님이 지나가며 이렇게 말했어요.

"항상 3~4시에 이런 일이 생기는 줄 몰라."

밖이 파란 수염처럼 푸르스름해졌을 때 소란은 잦아들었어요. 다시 혈압, 체온, 피검사, 밥.

참새가 짹짹 거리는 아침이 찾아왔어요.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한듯한 시간이었어요.

"초음파실로 오세요."

복부 검사하고 퇴원하게 되었어요. 병원에 있는 동안 환자복으로 갈아입을 수 없어 응급실 왔을 때, 입고 왔던 남편 파자마. 색 바랜 파란 BYC 티셔츠 입고 있었어요. 배에는 복대 차고 낡은 비치 가방, 옆구리에 베개 끼고 머리는 산발.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이는 모습이었어요. 그런 저에게 간호사 선생님이 허리를 감싸며 말했어요.

"남편 어디 갔어요."

"근처 병원 갔는데 진료가 길어져 택시 타고 집에 가려고요."

"이 쪽으로 가면 택시 많으니까 여기로 가요. 조심해서 가요."

'이런 모습에도 친절을 베풀어 주시다니...'

택시 타고 집으로 갔어요. 자연이 있는 집으로요. 강아지 해님이 가 저를 보더니 낯선 사람에게 경계하듯 짓기 시작했어요.

"해님아, 엄마야. 그동안 잘 있었어. 해님아, 밥은 왜 안 먹었어? 어서 밥 먹어."


짐을 내려놓고 다시 엄마로 돌아가할 일을 했어요. 남편이 아침에 흰 빨래와 검은 빨래를 같이 넣고 돌린 빨래를 햇살 아래 널었어요. 로봇청소기 돌리고 식탁에 놓인 그릇을 닦아 식기세척기에 넣었어요. 다용도실과 화장실 청소하고요. 2층 안방을 가지런히 정리했어요. 그 사이 세탁기 한 번 더 돌려 빨래 널었어요.

고개 돌려 꼬리를 흔들고 있는 해님 이를 봤어요. 밥그릇이 비워 있었어요.

"잘했어. 해님이, 아이 착해."


식탁에 앉아 자연의 햇살 받고 있는 창밖 풍경을 바라봤어요. 화이트 시폰 커튼이 바람을 타고 살랑거렸어요. 문자가 왔어요.

'7월 2일. 카페스토리아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있습니다. 작품 2점 준비하세요.'

햇살 받고 있는 자연에도 명암이 존재하듯, 사람이 살아가는 생애도 밝고 어둠이 있어요. 아이들 성장하는 동안 있는 삶의 명암도 이렇게 저렇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요.


7월 2일부터 한 달간 아산 카페스토리아 작품 2점 준비해 걸어 놓겠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오셔서 작품 감상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산 카페스토리아 갤러리 2024년 7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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