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유행을 따를 필요는 없잖아
상상해보라!
하얀 색 벽에 감성적인 엽서와 사진들이 붙어있는 집, 어두운 우드톤의 차분한 바닥, 멀바우 원목 가구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화이트 가구의 깔끔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집.
나는 예전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혼자 벽지에 페인트를 발라 본 적도 있고 벽지와 단열재, 장판을 모두 뜯어내고 혼자 시공해보겠다고 설친 적도 있다. 물론 셀프 단열재 공사는 실패해서 아직도 본가의 내 방은 처참한 모습이다. 아무튼 집을 처음 보러 간 날부터 집주인의 인테리어 계획이 궁금했다. 벽지가 하얀색이길, 바닥은 차분하고 약간 어두운 색이길 간절히 바랐다. 아니다, '포인트 벽지만 아니어라'라고 염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인스타와 인테리어 관련 앱에 올라오는 예쁜 집들을 탐색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인테리어 완료 후 다시 집을 보러 갔을 때 사실 실망했다.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단색 컬러의 벽지와 하얀 우드톤의 바닥으로 시공되어있었다. 바닥이 밝은 것은 그렇다 치자. 거실과 주방 쪽은 민트색 벽지, 싱크대의 타일 부분은 주황빛이 도는 노란색, 안방과 작은 방은 베이지색이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동안 검색해 두었던 가구들과 잘 어울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인테리어 관련 앱에 집 사진을 찍어 조언을 구했다. 가구 컬러를 화이트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지, 우드톤도 괜찮을지, 거실 러그색은 뭐가 좋을지 말이다. 댓글이 줄줄이 달렸는데 다들 벽지와 주방 타일과 중문 컬러가 따로 노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주방 타일은 하얀색 보닥 타일(스티커 형식의 타일)을 붙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가구는 무조건 화이트가 낫겠다는 댓글도 보였다.
가구와 가전이 들어오고 생활한 지 2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은 벽지 컬러에 만족한다. 여전히 SNS의 새하얀 벽의 집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괜찮다. 민트색과 베이지색이 주는 따뜻함, 하얀 싱크대와 렌지대에 포인트를 주는 진한 노랑빛 타일, 깨끗해 보이는 밝은 장판. 가구도 처음 결심대로 화이트와 우드톤을 섞어 주문했고 우려와는 달리 모든 게 다 잘 어울렸다. 꼭 유행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있는 그대로 감각을 발휘해 최대한 꾸미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식탁보나 커튼, 침구 등 패브릭을 통해 조금 더 과감한 변화도 해보고 싶다.
하얀색 벽이 아니라도, 하얀색 침구가 아니라도,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도 괜찮다. 남한테 보여줄 집이 아니라 내가 살 집이니까, 내 눈에만 마음에 들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