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보다 더 한 기다림의 지옥
대출을 신청하고 잔금일에 대출이 집행되었다는 문자를 받기까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우선 너무 잔금일을 짧게 설정한 것이 문제였다. 계약일은 10월 26일, 잔금일을 13일로 하고 싶었으나 부동산 아저씨께서 계약서에 9일로 미리 작성해두셨다는 말에 쿨하게 9일로 하자라고 했는데 은행에서 촉박하다고 했다. 대출 신청일은 10월 28일, 잔금일은 9일이니 은행영업일 기준으로는 8일 만에 모든 확인과 승인 절차가 끝나고 대출이 나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조금 부족한 금액은 다른 주거래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혹시 대출 가능한 금액이나 이율이 변동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았는데도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이렇게나 없으니 ‘나 왜 이렇게 살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10년간 없는 살림에 결혼해 자녀 셋을 키우시고 작은 땅을 사서 집을 짓느라 지신 부모님의 빚을 함께 갚았으니 아예 헛수고를 해온 것은 아니었다. 매년 기회만 되면 여행을 다닌 일이나 20대 중후반에 친구와 백수기간이 겹치면서 다녀왔던 한 달의 유럽여행에 쓴 돈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낭비했던 다른 돈들을 모았으면 신용대출까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대출신청을 하고 돌아와서는 중소기업 청년 대출 관련 카페에 가입해 여러 글들을 찾아보았다. 대부분은 나와 같이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글이었다. 이러면 대출승인이 안 나올 수 있다 '카더라'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 글들은 나를 오히려 더 불안하게 했다. 촉박한 시간 내에 대출이 완료되었다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지만 그런 글들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사원이 연락해 회사에 만나러 온다던가 집주인에게 연락해 계약사항을 확인한다던데 나에게는 담당했던 은행원은 물론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진행상황에 대한 문자 두어번이 끝이었다. 부동산 아저씨도 중간중간 연락해 대출이 정말 나오는 게 맞는지, 집주인에게 아무 연락이 없는 게 맞는지 나한테 확인을 하셨다.
대출 진행상황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에 매일 몇 번씩이나 들어가 진행상황을 체크했지만 계속 사전 심사 중이었다. 결국 연락을 기다리다 못 참고 담당 은행원에게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모든 절차가 승인되었으니 대출이 나올 것이고 잔금일 오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후기를 찾아보지 말고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그래, 안나오면 뭐 잔금일 미뤄서 다시 쓰자고 해보지 뭐!
그리고 잔금일 아침, 출근길에 대출이 집행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은 싹 사라지고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