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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니 May 04. 2021

책 '사는 게' 취미입니다

만, 읽진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동화 전집이 있었고 거기서 가장 좋아했던 동화는 '닐스의 모험'이었다. 나중에 나왔던 애니도 열심히 봤다. 만화책을 사랑하던 중고등학생 때에도 종종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곤 했다. 물론 흥미 위주의 소설책(대부분 판타지 소설과 로맨스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집은 책은 집중해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성인이 된 후로 책을 읽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설상가상 20대 중반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 책은 점점 더 읽기 힘든 것이 되었다. 종이책의 느낌이 좋아서 가끔 책을 사곤 했는데 사놓고 대부분 읽지 않았다.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집중력이 점점 짧아졌다. 뭔가를 하려고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도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연락 올 곳도 없고, 연락이 온다고 해도 정말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친구들과 끊임없이 하는 게 다 였다. 한 번 폰을 집어 들면 이런저런 의미없는 영상을 끊임없이 본다던가, 빅데이터에 의한 쇼핑 추천에 시간을 빼앗기는 식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내가 책 사는 게 취미이다.

지난달에도 책을 몇 권 샀다. 그다지 두꺼운 책도 아니고 여전히 흥미위주의 책(요즘은 음식, 술 같은 주제의 책에 관심이 있다)이지만 책장에 꼽아두곤 꺼내 읽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다시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주워 담는 내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묵혀두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읽자. 매년 회사에서 명절 때마다 주는 책도 읽고 내가 사서 쟁여놓은 책도 읽자!


어떤 종류의 책이든 읽고 읽은 책에 대해 써볼까 한다. 깊은 독후감이 될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사놓은 책을 읽고 또 책을 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다. 글이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책 한 권도 읽지 못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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