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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삼계탕

기억의 단상 2023년 1월호

by 석류


오랜만에 엄마와 만나 삼계탕을 먹었다. 초복, 중복, 말복도 아님에도 삼계탕 집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가로운 일요일 점심 시간대여서 그런가보다. 게다가 날씨마저도 11월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포근해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삼계탕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엄마는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고, 나는 어제까지 절에 들어가 템플 스테이를 하고 왔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엄마는 다음에는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고, 나는 함께 가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고기 한 점 없는 정갈한 절밥만 먹어서일까. 삼계탕을 먹으니 속세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속세로 내려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할머니의 49재를 지냈던 절이 궁금해져서 어디인지 물었더니 논산에 있는 개태사라고 했다.


그곳의 주지스님이 속세시절에 할머니의 조카였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거기에 덧붙여 수백 명의 밥을 할 수 있는 큰 솥이 그곳에 있다고도.


그 가마솥에 지은 밥을 군사들이 먹고 왜적과 싸워 이겼다는 이야기를 듣자 신비로웠다. 막상 49재 때 갔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 가마솥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온 게 아쉬울 정도로.


혹시 그곳도 템플스테이가 있을까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은 아니었다. 만약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이었다면, 가서 그리운 할머니를 위해 기도라도 하고 싶었는데. 어느덧 삼계탕은 거의 비워지고 있었고, 엄마와 나는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할아버지 집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할아버지 집에 들러 안부도 여쭙고, 잠시 말동무도 해드리고 이번에 출간 된 신간도 드렸다. 할아버지는 벌써 네 번째 책이냐며 흐뭇한 눈빛으로 나를 보셨는데, 그 눈빛을 보며 더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 집을 나와 엄마와 함께 스타벅스에서 콜드브루를 사서 경상대 캠퍼스 등나무 아래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낙엽들이 바람이 불어 올 때마다 우리가 앉은 쪽으로 불어왔고, 삼계탕을 먹을 때와 달리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 쌀쌀해진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엄마와 마주 앉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글쓰기를 자랑스러워하지만, 고정적인 직장에서 돈을 버는 게 아닌 알바를 뛰며 글을 쓰고 투잡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항상 걱정이 많은 엄마. 언제쯤 나는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같이 프랑스로 떠날 수 있을까. 엄마가 불어를 더 잊어버리기 전에는 꼭 함께 떠나고 싶다. 지금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굳은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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