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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밤 Dec 07. 2023

경제적 자유가 별건가

딸기의 계절이 왔다

 "딸기 대왕다마 1킬로 21,000원! 이 크기 이 값이면 이고 지고 가세요~ 스무다라 남았어요!“

어머, 이건 사야 해! 곧바로 딸기 한 다라를 품었다. 요즘 들어 딸기타령하는 남매에게 당당히 내어놓을 생각을 하니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문득 고민 없이 딸기를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18년 겨울, 엄마표 영어 관련된 라이브를 보았다. 그러던 중 한 영어 강사님이 자신이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 이야기를 하셨다. 경제적 자유. 너무 갖고 싶지만, 닿지 못할 것 같아 애가 탔다. 첫사랑처럼. 이번 생에 영영 가질 수 없을 지도 몰라. 슬프기도 했다. 강사님은 무한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시며 몇몇 책을 추천했다. 시크릿, 부의 추월 차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등. 딱히 관심 없어 책장을 넘겨보지 않았지만, 서점에 가면 늘 깔려있는 익숙한 책들이었다.


 추천 책들을 읽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끌어당김의 힘을 믿는다며 긍정확언을 하고 다녔다. 뭐에 홀린듯한 딸을 보고 친정 엄마는 애 둘을 키우느라 고생하더니 사이비종교에 빠진 거냐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매사 분석해 대는 대문자 T제곱 엔티제가 바로 나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하니, 꿈 같은 이야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술술 했나 보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것에 여러 기준이 있지만,

1.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2. 하고 싶은 일을 한다.

3.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4.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

이 정도가 가장 기본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 외치고 다닌지 5년이 지났다.지극히 평범한 우리 집은 위 기준에서 보면 아직 멀었다. 끝내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에 주저앉지 않도록 작은 목표를 정해본다.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을 수 있는가?

 근사한 저녁을 차리기 위해 좋은 식재료를 살 수 있고, 밥보다 비싼 과일이나 디저트를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다. 이 정도면 “Yes.”지.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만 같다. 흐뭇한 마음에 딸기가 꿀처럼 달다.

 그러다 첫째가 남긴 딸기를 주워 먹으니, 결벽증 신랑이 한마디 한다.

"버리지 그걸 왜 먹어."

"아깝잖아.“

아차. 경제적 자유 아직 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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