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Aug 03. 2022
행복해지려 하면 행복해지나. 불행은 언제나 행복의 체감속도를 추월해. 추격해봐야 체력 낭비. 저쪽은 람보르기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행복하려고 애쓰지는 않았을 텐데. 어렸을 때는 짜장면 한 그릇에도 참 행복했었는데. 달리는 철가방의 개봉박두. 갈색 오아시스를 입가를 적셔가며 삼켰지. 하지만 행복을 만끽하기엔 인간은 너무 간사해. 터지는 기억의 플래시, 행복은 찰나의 추억으로 남을 뿐. 흔해지는 순간 행복은 더는 행복이 아니더라. 내 서랍 안에는 여전히 모래 묻은 딱지들과 꼬깃한 카드들이 웅크리고 있어. 추억이라 부를 수 있을진 몰라도 행복이라 부르기엔 좀 뭐하네. 사람이 변하면 행복도 변해. 세월이 흐르는데 인간이 별 수 있나?
행복의 무늬로 집안 전체를 도배하지 않아도 이제는 딱히 상관없을 것 같아. 슬픈 빗줄기를 창문에 튀겨보자. 땅은 진흙탕이 되겠지만 비를 맞다 보면 언젠간 씻겨나가. 흠뻑 젖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후련함을 알겠다는 거야, 친구. 사람들은 뼈를 깎아 꼭대기를 만들어.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나. 그러다 자기가 먼저 끝장날 줄도 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남들처럼 쩔쩔맬 필요는 없어. 선녀봉에서도 야호는 외칠 수 있거든. 그게 행복일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울 건 없잖아? 그럼 됐지 뭐.
어렸을 때 엄마가 그랬지. 수상한 어른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다 크고 나서 이런 말씀은 안 하시던가. 수상한 행복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남들이 말하는 행복은 원산지 불명. 왠지 입에 대기가 찜찜해. 행복의 유통기한은 짧아. 덥석 물었다간 배탈은 확정이야. 역시 비싸도 유기농이 좋겠지. 네 작은 텃밭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기쁨도 고통도 마구마구 길러보자. 땀 흘리고 먹는 밥은 언제나 꿀맛. 꼭 밥만 먹어야 배가 부르나 빵을 먹어도 배는 부르더라. 설령 네 무대에서 시작될 게 비극이라 할지라도 삶은 이어져야 해. 마지막 커튼콜을 향해, 너에게 쏟아질 박수갈채를 위해. 찬사가 희극만을 위한 거라 누가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