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7. 24
넓은 빛, 찬란한 돛을 펴고 밤 위를 항해하는 별들. 밤하늘, 올라가는 시선의 낚싯줄에 걸려든 질문 하나. 별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나아가야 할 궤적과 빛이 정박해야 할 장소를. 어슴푸레 물러나야 할 시간을. “떠나야 할 때를 분명히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말하던 시인의 독백처럼 별들은 아름답다.
신은 인간에게 일어설 다리와 살필 눈을 주고도, 정작 가야 할 길은 말해주지 않았다. 인간의 방황은 신의 고의일지도 모른다. 별은 듣고 보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듣고 볼 수 있음에도 걸음을 망설여야 한다. 잔인한 일이다. 차라리 삶을 선택의 갈림길이 아닌 운명의 외길로 만들었다면, 고뇌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이 모든 게 애꿎은 원망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은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닌 하나뿐인 인생을 산다. 살기 위해서는 하나뿐인 것을 걸어야 한다. 한 발 남은 총알, 오락실에서 마지막 동전은 언제나 긴장감을 유발하지 않는가.
하지만 인생이 한 번이라 해서 도달해야 할 결론까지 하나일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삶, 효율적인 과정. 이런 것들은 흔해 빠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인생이라는 현장을 뛰는 건 결국 자신이다. 무엇에 살고, 어떻게 죽을지는 자신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세상일에 정답이 있는 거라면 주식은 수학자들에 의해 정복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인생도 그렇다. 누구나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훌륭한 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가시밭이라 해도 장미를 피워놓은 길이다. 그것은 절벽을 물고 늘어진 거대한 다리다. 가고자 하는 곳이 곧 길이고, 훌륭한 길이란 견뎌내는 우직함 속에 있다. 길이란 저기, 저곳에 있지 않고, 인간이 발을 딛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