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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졍 Aug 10. 2021

미운오리의 여행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용기

 어느마을, 오리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 오리는 알을 품고 있었어요. 일곱 알 중 유독 한 개의 알이 눈에 띄었어요. 다른 알보다 더 크고 길쭉하고 색도 뭔가 달랐어요. 엄마 오리는 이 알이 자신의 알이 아니라는걸 짐작했어요. 그러나 이 알을 버릴 수 없었어요. 혹시나 자신의 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은 같이 품어보기로 했어요.

 몇 달 후,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했어요. 일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거죠. 역시나 그 눈에 띄던 알에서 태어난 아이는 조금 달랐어요. 

  "여보,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생긴걸까? 당신도 이상하지 않아?" 아빠 오리가 물었어요.

  "생김새가 다를 뿐이야. 내가 몇 개월을 품고 있었어. 내 아이야. 그렇게 이야기 하지말아줘." 엄마 오리는 대답했지요. 엄마 오리는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로 키우기로 결심한거에요. 

  아빠 오리는 미운오리라고 불렀어요. 7명 중에 제일 못생겼고 색도 안예뻤거든요. 

  "미운오리야. 이리와라. 형 누나 잘 따라 다녀야지. 너 혼자 자꾸 그럴래?" 

  "이리와. 일곱째야. 엄마 뒤로 다니렴." 엄마 오리는 대놓고 미운오리라고 하는 아빠오리와 형제오리들로부터 일곱째를 애써서 감싸곤 했어요.

  "미운오리야. 밥 먹자."

  "야. 미운막내. 우리랑 놀거야?"

  "쟤는 왜 저렇게 생겼어. 아빠?"

  미운오리는 가족들 틈에서도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나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물가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주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그런 미운오리를 엄마 오리는 늘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요. 


  "일곱째야. 이리와봐." 어느날 엄마 오리가 미운 오리만 불렀어요. 미운 오리는 엄마가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것이라고 짐작했지요.

  "일곱째야. 너도 알고 있지? 너의 생김새가 다른 형제들과 다르다는거. 엄마는 그거 안숨길거야. 넌 다른 형제들과 태어나기 전부터 달랐어. 알 크기도 모양도. 다른 새의 알인가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널 버릴 수 없었어. 엄마가 낳지는 않았지만 여태 품고 있었으니까. 너도 내 아이라 생각했던거야."

  "엄마...."

  "생김새가 다른거 뿐이야.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란다. 세상에 다른 존재들은 너무나 많단다. 그 다른 존재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존하지. 너도 그래야해. 형아 누나들, 아빠가 널 다르다고 놀리고 괴롭혀도 넌 우리 가족이야. 그들이 조금 부족한거야. 나중엔 널 받아들일거란다. 그럼에도 너가 너무 힘들고 네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고 싶다면 엄마가 지원해줄테니 그때는 말해주렴. 엄만 항상 널 응원해. 지지해. 무슨 말인지 알지?"

  "엄마!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미 짐작은 했어요. 그럼....저 제가 누구인지 찾아 떠날래요. 다른 존재들과 서로 공존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도 되요?"

  "그럼그럼. 네가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 엄마가 지원해 줄 수 있는건 지원해 줄게."


  미운오리는 엄마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한 할머니를 만났어요. 마음씨 좋은 할머니는 오리에게 며칠 자신의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했지요. 오리는 그런 할머니가 고마웠어요.

  "할머니 할머니 저 좀 보세요. 짠. 제 날개 어때요? 제 물가퀴 어때요?"

  "아이고 오리야. 너는 어쩜 나를 이리 졸졸 따라 다니니. 참 예쁘구나. 너의 몸짓, 너의 눈빛, 너의 표정."

미운오리는 할머니 집에서 며칠을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어요. 그러나 할머니와 살고 있던 고양이는 오리에게 꽤나 적대적이었어요. 자신이 받아야 하는 사랑을 오리가 가져갔으니까요. 

  "야. 너. 굴러온 돌 주제에. 감히 나의 사랑을 가로채? 너 내 발톱으로 맛좀 볼래?"

  "고양아. 너가 오해하는거야. 나는 너에게도 사랑 받고 싶어. 나와 친해질 순 없겠니?"

  "난 너가 싫어. 이리와 괴롭혀 주겠어."  아직 고양이도 아이인지라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질투심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지요. 

  "고양아. 미안해. 나는 생김새가 다른 존재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어. 그래서 지금 엄마 품을 떠나 여행중이었단다. 내가 널 화나게 했다면 사과할게." 하며 미운오리는 고양이에게 사과를 했고, 고양이가 원하는 대로 할머니에게 인사도 없이 집을 나와야만 했어요. 하지만 미운오리는 행복했어요. 그 집에서 자신은 예쁜 오리였으니까요. 엄마가 말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것만 같았지요.


  졸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서 미운오리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무리들을 만났어요. 같은 듯 다른 존재들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운오리에요. 저와 생김새가 비슷한듯 다른데. 그쪽은 뭐라고 부르나요?"

  "아이고. 진짜 그러네. 우린 거위라고 한단다." 거위네 가족들은 엄청나게 수가 많았어요. 거위네 아이들이 미운오리를 졸졸 따라 다녔어요. 

  "나랑 놀자. 나랑 놀자."

  "미운오리형 수영을 왜이리 잘해?"

  "나도 알려줘. 나랑 같이해." 거위네 아이들은 붙임성도 좋았고 생김새가 조금 다른 미운오리에게도 꽤나 친절했어요. 거위 부부가 미운오리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미운오리야. 네 덕분에 아이들을 보기가 편해졌어. 애들이 이상하게 널 잘 따르네. 조금만 아이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줄 수 있니?"

  "고맙긴요. 저도 아이들 덕에 제가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더 감사해요. 그럼요. 며칠 더 있다 갈게요." 미운오리는 거위네 가족과 있을 때 만큼은 마음이 너무 편했어요. 생김새가 분명 다른데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들이 고마웠지요.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문득, 엄마와 아빠 자신의 형과 누나들이 보고싶었지요. 


  거위네 가족들과 겨울을 함께 보낸 후 다시 미운오리는 큰 물가를 찾아 가보기로 했어요. 거위 부부가 미운오리에게 큰 물가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어쩌면 똑같을 지도 모르는 아주 예쁜 무리들을 봤다고 알려줬으니까요. 며칠 시간이 걸려 큰 물가에 도착을 했어요.

  큰 물가에는 또 다른 동물들이 엄청 났어요. 미운오리는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었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저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본 적 있어요?"

  "안녕. 너 이름은 뭐니?"

  "저는 미운 오리에요. 혹시 본 적 없을까요?"

  "기다려봐. 해가 막 뜨는 시간에 너처럼 예쁘게 생긴 백조들이 물가로 내려온단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아니야. 너도 그 백조들처럼 엄청 예쁘단다. 날개를 한번 쫙 펴봐. 그리고 해가 뜨기를 기다려봐."

  

  해가 뜨기 시작했어요. 하늘에서 하나 둘씩 하얀 백조들이 내려 와 앉았어요. 미운오리는 그 모습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어요. 정말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얘얘 미운오리야, 봐봐 정말 아름답지? 가서 말 걸어보고 오렴. 지금 보니까 너랑 완전 똑같이들 생겼네."

  "......." 미운오리는 아름다운 광경에 할말을 잃어버렸어요.

  "어머~ 안녕 아기 백조야. 너 이름이 뭐니?"

  가장 큰 백조가 먼저 미운오리에게 말을 걸었어요. 

  "저는 미운오리에요. 백조라고요?"

  "오리라고? 아니란다. 넌 우리와 같은 백조야~ 날개를 쫙 펼쳐보렴."

  미운오리는 눈물이 났어요. 엄마가 알려주려고 했던 자신의 존재가 바로 백조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큰 백조가 우는 오리를 달랬어요. 미운오리는 큰 백조에게 자신이 오리 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상황과 그동안의 일들을 울면서 설명했어요. 어느새 미운오리와 큰 백조 주변에 아름다운 여러 마리의 백조들이 모여들었어요.

  "아이고 어린 백조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동안 힘들었겠다. 그럼 넌 가족이 없는거야?"

  "아니에요. 제 오리 가족들은 아주 멀리 다른 곳에 있어요. 엄마가 제가 누군지 찾고 싶으면 찾아 보라 해서 잠시 여행을 온거에요. 그런데 제가 진짜 오리가족이 아니었네요. 그리고 진짜 제가 누군지 이제야 알았어요."

다들 미운 오리의 말에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켰어요. 큰 백조가 말했어요.

  "어린 백조야. 너만 괜찮다면 우리와 함께 여행을 다니지 않을래? 우리가 앞으로 너에게 가르쳐 줄게."

  "그래그래. 우린 다 찬성이야." 

  미운 오리는 고마워서 너무나 행복해서 더 크게 울었어요. 

  "엄마 오리에게 정말 고맙구나. 네가 차별당하지 않게끔 널 지켜준거야. 그리고 너에게 너의 정체성을 찾아 보라고 격려를 해주었고. 거기가 어딘지 기억이 난다면 다음에 우리와 함께 가보자. 너희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는 해야지." 큰 백조는 미운오리를 위로했어요.


  미운오리는 그제야 엄마 오리가 얼마나 자신에게 큰 용기와 행복을 주었는지 알았어요. 다른 아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숨기지 않은 채 미운오리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준 부분은 정말 홀로서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요.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는 법과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귀뜸해 준 부분도 너무나 고마웠지요. 무엇보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다른 형제들과 같이 길러준 부분은 더더욱 고마웠고요. 

미운오리는 이제 자신을 소개할 때 "어린 백조"라고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생김새가 다른 여러 동물들과 사이좋게 어울리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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