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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졍 Jun 30. 2021

詐欺(사기)를 당했다_:)

분명 순하고 착하고 똑똑하다고 했는데 말이죠

  삼십육년 평생 강아지는 처음이었다. 어렸을적에도 우리집은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고, 심지어 나는 삼십년 평생을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고 알고 살아왔다. (강아지알레르기는 아주 미세하고 고양이알레르기가 매우 심한 것으로 검사결과 확인되었다.) 그런 내가 강아지라니..그것도 대형견이라니...오마이갓.

  무턱대고 데려올 순 없었다. 소형견도 아니고 내 몸짓보다 큰 대형견이기에. 쉽지 않은 고민이었고 선택이었기에 블루를 데려오기 전에 무수히 많은 영상과 책을 통해 학습했다. 그리고 완전히 잘 알았다고 기세등등이었다. 수능공부마냥 노트 한권에 강의 내용을 빼곡히 적어가며 알록달록 형광색을 칠해가며 그렇게 달달 외우고 그림으로 그려가며 공부하였기에 가능했다. 기고만장했다. 블루는 대형견인데. 



  분명, 남편은 대형견 중에 가장 순하고 말도 잘 듣고 똑똑하다고 했다. 그랬다. 똑똑하다길래 말귀가 밝을 줄 알았고 그래서 키우기 편하겠다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블루와 함께한 2주동안 나는 거의 울다시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배변패드를 여러장 깔았음에도 불구하고 블루는 자꾸 마루 한 가운데 지도를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소변 양도 대형견이라 사람만큼이었다. 냄새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변은 어떠랴. 소형견은 엄지손가락만하다면 대형견은 그냥 사람만큼이다. 크기가, 냄새가, 양이, 싸는 횟수가 다 사람만큼이라 놀랍고 당황했다. 뿐만 아니라 똥, 오줌을 싸지르고 그것을 밟고 다니며 그 발로 나에게 자꾸 다가와 도장을 찍었다. 똥을 잠시 안치워주면 항의하듯이 그것을 자신의 입에 넣었고 먹어버렸다.

 

  산책을 나가면 뭐든지 입으로 넣어버리는 아이때문에 땅만 보고 지나가야했고, 입에 넣는 순간 재빠르게 그것을 빼내야하기에 앉아다일어났다를 여러차례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힘이 세니 자꾸 내가 이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최악의 산책이 되어버렸다. TV 광고에서 전00님은 여유롭게 리트리버와 함께 나란히 걷던데. 그것은 나만의 상상이었고 꿈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기에 예의 또한 없었다. 잠투정, 밥투정, 놀이투정 등 온갖 땡깡과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냥 투정이면 웃으며 넘어가지. 블루에게 투정은 입질이었다. 자꾸 자꾸 손을 향해 입질을 했다. 영상에서 본 것 처럼 일어나 등을 돌리고 브로킹을 해도 이 아이는 꼬리를 흔들며 더 힘차게 다가왔다. 너무 어려서 개념이 없다는 말이 블루에게나 통하는거였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이 남편이 오면 멈췄다. 오빠가 퇴근 후 집에 오면 너무 얌전하게 배변패드에 볼 일을 보았고 오빠와의 산책에서는 나란히 걸었으며 앞서가지도 않았다. 이놈 역시 약한 사람을 얕보는 것인가 라는 나쁜 생각까지 했고 나 역시 무섭게 혼내고 딱딱하게 훈련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사랑으로 품으면 된다는 말은 다 거짓부렁이었다.



  나만큼 블루 역시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보호자가 어리버리는 기본이고 어리숙하며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이 아이 역시 믿음이 안갔을 것이다. 말로 표현도 못하는 녀석이기에 그런 행동을 한것일텐데 주인놈은 계속 구박하고 한숨이나 쉬었으니.. 연애할 때 보다 더 힘들고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예민한채 두 달을 보낸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옛말은 진실이었다. 조금씩 맞춰져 가는 하루의 일상이 블루에게도 나에게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 시간 동안이 고비인것이다. 누구에게나. 다행히 이 시간을 블루와 남편과 함께 잘 이겨내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대형견 키우기 어때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대형견 또 키우라면 키울 수 있겠어요?"라고 하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블루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는 하지만, 지난 두 달을 떠올려 보면 썩 빠르게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는 못한다. 정말 어렵지만 해볼만하다고, 분명 반려견으로 인해 바뀌는 나의 인생을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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