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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졍 May 27. 2021

리트리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만

내 생에 강아지는 처음이라_:)

  군견병 출신인 남편은 제대 후 늘상 큰 대형견에 대한 로망을 꿈꾸고 있던 터였다. 군대에서 기르던 자칭'블루'라는 군견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언젠가는 반드시 또다른 블루를 만나기만을 꿈꿔 왔던 것이다. 주택으로 이사하기로 결정을 한 후 남편은 제안을 했다. 출퇴근도 먼 그곳으로 가는 자신을 위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자고. 



  남편이 말한 강아지는 대형견. 나를 고려해 순하다고 알려져 있는 골든리트리버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나를 고려한것인지 모르겠으나 과연 이 선택이 우리에게 잘 한 짓인지를 모르겠으나 남편은 앞으로 전진만 할 뿐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에 있어 놀라운 집중력과 추진력을 보여줬던 남편은 이번 강아지 사건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주말마다 강아지를 보기 위해 그렇게 전문 견사를 찾아 다녔다. 중간에 뜻하지 않은 임신과 유산으로 잠시 강아지를 데려 올 날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는 했으나 우리는 해를 넘기지 않았다. 친정과 시댁 양가 어른들은 무슨 강아지냐며 그것도 그리 큰 강아지를 키워본적 없는 너희가 어찌키우냐고 만류하였으나... 우리의 결혼 생활은 너와 나 둘이 하는 것이라며 어른들의 가르침을 사뿐히 즈려밟고 데려오고야 말았다.


  몇개월을 유튜브와 책을 뒤져가며 강아지의 모든 것, 강아지 육아, 강아지 교육, 강아지 물림, 강아지 입질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형욱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고 그의 가르침을 맹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공부 후에 우리는 '블루'라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어여쁜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에게 왔다. 

 동물 중에서도 손이 별로 안가는 이를 테면 뱀, 도마뱀, 거미 등을 좋아하는 내가 복실복실 털이 가득한 침을 줄줄 흐르는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전개였다.

  그렇게 이번생애 처음으로 나는 강아지라는 존재를 받아들였고 그와 동시에 개엄마가 되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무게를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는 강형욱 선생님의 스쳐지나간 말의 뜻을 실감하고 있을 때였다.

  단순히 귀여워서가 아니라, 키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을 선택하고 그를 책임진다는 그 엄청난 무게와 부담을 뼈저리게 느끼며 블루는 그렇게 나와 남편의 세상에 스며들었다. 작디작은 말 못하는 생명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늘 떨리고 불안하고 난생처음하는 개육아에 땀흘려가며 쩔쩔매었지만 블루는 예의상 잘커줬던거 같다.


  블루를 키우면서 더더욱 나에게는 책임감과 부지런함이 따라다녔다. 제몸하나 견사하기 바빴던 지난날과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 환기를 하고 블루의 물통과 밥그릇을 채워주며 자연스럽게 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말 못하는 존재를 위해 그의 손짓, 눈짓, 멍멍거림 등 온 신경이 곤두선채 나에게 뭘 요구하고 있는지를 추측하는 어느새 나는 개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생활 4년동안 아기는 생기면 낳지 뭐 안생기면 말지 뭐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어른들의 생각보다는 나의 편함과 생각이 더 우선이었던 나에게, 블루는 그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이었는지를 지적해주는 존재였다. 모든 과정에서 당연한 것은 없으며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 반드시 그 뒤에는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단순하게 운명처럼 나에게 올것이라는 그 오만함을 블루는 일깨워주었다.

  블루와 함께하는 모든 과정과 시간은 다소 서툴고 낯설고 허둥지둥이었지만 마음만큼은 풍성해지는 좋은 것이 겹겹이 쌓여 큰 방패막을 이루는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 


    리트리버 한 마리와 살고 있는 현재, 나의 마음과 생활 모든 것이 밝게 환하게 바뀌었음을 몸소 깨닫는 요즘이다. 그저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온거 뿐인데 내가 그에게 해준 것보다 그로 인하여 내가 받고 얻고 깨닫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갈 앞날이 설레고 기대되고 걱정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 

  강아지 뿐 아니라 어느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이가 느끼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오늘, 

대한민국의 반려인이여! 더더더 힘내서 함께  잘 살아보자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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