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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뷰는 사장이 남깁니다.

-삼선 짬뽕 한 그릇, 좋아요 한 번

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중식당을 인수하고 첫 번째 과제였던 묵은 기름때와의 전쟁을 치르고, 낡은 식기들을 하나씩 교체하고, 문고리 하나까지 닦아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허리도 마음도 뻐근한 그 첫날들. 매장 바닥보다 내 마음을 먼저 닦아낸 시간이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매출이 보였다. 배달에만 의존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홀손님의 숫자를 늘려야겠다는 결심.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기억하는 식당이 되고 싶었다. 결국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야 식당의 온기도 오래 머무르니까.


추운 겨울, 매장에 짜장면 하나를 시켜 먹는 손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짬뽕국물 서비스로 드릴까요?”

일반적인 중식당에서 짬뽕국물은 추가요금을 받는데 우리는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도 따뜻한 국물을 드리는 서비스를 해드렸다. 대부분의 손님이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신다. 특히 30,40대 고객들이 많은 우리 매장 지역에 맞는 서비스였다.

“어머, 너무 좋아요!”

작은 서비스였지만, 그 따뜻한 한 그릇이 홀 매장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4인 이상 손님에겐 군만두를 미리 내드리고,

혼밥 손님에겐 얼큰한 짬뽕국물로 따뜻한 환대를,

어르신, 어린 자녀와 함께한 가족 고객에겐 음료나 군만두를 내어 드렸다. 그리고 계산하고 나가는 꼬마 친구들 손에 초콜릿을 쥐어주며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인사를 했다. 그건 ‘서비스’라기보다 고객에게 전하는 나의 ‘안부’에 가까웠다.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이 따뜻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 하나가 우리 가게의 공기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건 단지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식당이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식'이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대접하라'

누구에게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은 인사 한마디가 매출을 바꾸기도 한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한 어머니와 함께 오신 손님께 조용히 음료서비스를 내어드렸다. 며칠 뒤, 그 손님이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 열 명을 데리고 다시 오셨다.

“그날 어머니가 너무 감동하셨대요.”

서비스의 본질은 ‘무언가를 주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게 해 드리는 일’이란 걸, 그 손님이 조용히 알려주셨다. 내 가족을 챙기듯 대하는 그 마음이 고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이런 정성은 ‘브랜드 자산’이 된다. 할인 쿠폰이나 광고보다 훨씬 오래 남고, 더 나아가 강하게 작동하는 서비스 마케팅이기도 하다. 결국 고객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의 결핍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내 가족을 챙겨주는 마음,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랐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그즈음, 미국에서 돌아온 아들이 식당에 합류했다.
매장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까지 마친 아들에게 출근 전에,
“배달 앱으로 고객처럼 우리 음식 주문해서 먹어볼래?.” 이것저것 체크할 사항들을 말해주고 고객의 경험을 그대로 느껴보게 했다. 배달 음식은 홀에서 먹는 것과 다를 수 있으니 고객이 느끼는 그 맛과 흐름을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랐다. 포장 상태와 배달 시간, 면의 불기나 소스의 농도 변화와 맛의 조화까지 체크했다.

나도 아들과 함께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직접 주문하고, 기다리고, 오롯이 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메뉴는 삼선 짬뽕과 볶음밥.

선 짬뽕은 해물의 양, 국물 맛, 향, 고춧가루의 색깜까지 체크하기 위해, 볶음밥은 짜장, 국물, 볶음밥의 고슬고슬한 불맛과 포장상태를 점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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