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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Jun 04. 2024

낯설지만 흥미로운 조합의 시작

1월의 에피레터 키워드: 시작


막걸리에 사이다. 요즘 자주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는 조합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출연진들은 식당 종업원이 되어 외국인 손님에게 이 술을 추천하고, 흔쾌히 낯선 조합의 술을 주문한 외국인 손님들은 맛을 보자마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매회 반복된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TV에서 보았던 이 익숙한 모습을 따라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막걸리와 사이다라는 조합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유명했다는 사실 또한 며칠 전에 처음 알았다. 사이다와 막걸리는 각자 따로 떼어놓고 보면 너무나도 익숙하고 뻔한 음료였건만, 그 두 음료를 한데 섞는다는 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으므로 굳이 맛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새로운 과자가 나오면 무조건 다른 사람들의 후기부터 찾아보고, 후기를 찾을 여유가 없으면 최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메뉴를 선택하는 습관이 내게는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기란 늘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TV에서 본 외국인 손님들은 하나같이 낯선 음료를 주문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쌀로 만든 동양의 술에 사이다를 섞으면 무슨 맛이 날지 상상하기 어려웠을텐데도,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딱 하나 뿐이었다. 설렘.


그 모습을 보다보니, 나 또한 익숙하게 스쳐보내기만 했던 내 삶의 풍경을 새롭게 조합하면 얼마나 많은 설렘을 느낄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자주 산책하는 거리의 풍경 중 하나로만 존재했었던 카페에 직접 들어가보는 호기심을 가져본다면, 산책하는 길에 늘상 만나는 강아지들을 그냥 구경만 하지 않고 먼저 인사를 할 용기를 가져본다면, 엄마가 집에서 기르는 화분들을 꽃이 필 때만 들여다보는 대신 꽃이 피지 않았더라도 그들의 이름을 외우고 관리법을 익히면서 가족과 좀 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내 삶에는 얼마나 많은 설렘이 뒤따라올까?


처음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재료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해서 익숙하게 삶에 녹여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게 스쳐지나보낸 것들을 처음으로 삶에 섞어보게 된다면 어떤 조합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그걸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이다 한 병을 구매하는 것. 오래 전에 관광지에서 기념품으로 사온 뒤 뚜껑도 열지 않은 채로 방치해둔 막걸리가 더 이상은 냉장고 속 익숙한 배경으로만 존재하지 않도록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볼 작정이다. 이것으로 나의 삶에 새로운 조합을 섞을 용기도 좀 더 커졌으면.  



여러분도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술을 마셔본적 있나요? 여러분도 맛있게 마셨는지 궁금해지네요 � | 현의�


언젠가부터 시작을 떠올리면 걱정이라는 감정이 수반되었는데, 현의님 글을 읽고나니 '그래, 시작할 땐 설렘이 있지!'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 전환이 되네요. 어렸을 적 새로운 것을 시작하며 느낀 설렘을 앞으로 도전해볼 시작들에도 느낄 수 있길! | 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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