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
어제는 이상한 하루였다. 아침에는 화가 났는데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니 금방 일상이 만족스러워졌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다 보니 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가도 밤에 일기를 쓰다 보니 아침처럼 울컥 화가 났다가도 나에 대한 타인의 행동이 언제나 내 맘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다.
이처럼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알고 있다면 반대로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해소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파악이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감정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 출처를 기록해 보았다.
돌이켜보니 화, 서운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을 때 의 나는 영원히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착각했다. 이 화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이 서운함은 어떤 시도로도 풀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 막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하곤 했다.
어쩌면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 어떤 감정은 단지 느끼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에서 영영 제거해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떤 감정이든 그 지속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며, 내 인생을 그대로 집어 삼킬 것만 같은 거대한 감정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오랫동안 걷거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털어낼 수 있음을 감정의 출처를 기록하며 배웠다.
감정은 그저 감정을 뿐 나의 삶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면서 실제로 내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나의 선택과 행동뿐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특정한 감정 속에 푹 빠져있고만 싶을 때에도 그 감정은 언제든지 다른 행동으로 희석할 수 있음을 늘 기억하고 싶다.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은 언제는 나를 위로해 준다는 걸 믿고 용기를 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