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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타임을 줄여보고 싶어서 시도한 3가지 루틴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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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볼 시간에 무엇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알고리즘의 추천을 너무 잘 따르고, AI의 활용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치고 저는 언제나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말을 끈질기게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말만 앞섰을 뿐 이를 실천하기란 언제나 어렵기만 했는데요. 최근에 유튜브에서 어느 영상을 우연히 보고 난 뒤로 이번에야말로 꼭 스크린타임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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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은 습관적인 스크롤링을 멈추고 자신만의 창작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하는데요. 사실 제게는 창의성에 대한 내용보다는 영상의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유튜버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상의 9분대에서 유튜버는 본인이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도 하고, 싱글대디로서 육아도 도맡고, 책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유튜브에 주기적으로 영상도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했는지 이야기하는데요. 그 비결은 그저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유튜버는 지난주 평균 스크린타임이 1시간 26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평균 4시간 30분 정도 핸드폰을 본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는 총 31시간 30분을 핸드폰에 쏟게 되는데요. 유튜버는 이 점을 언급하며 만약 일주일에 31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묻습니다.


정말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면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요? 스크린타임을 대폭 감소시킴으로써 일상도 잘 돌보고, 자신의 생각을 부지런히 외부와 공유하는 창작자로서의 삶도 유지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저도 핸드폰을 볼 시간에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핸드폰 보는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몇 가지 활동에 도전해 보았는데요. 위 영상을 시청한지 약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는 루틴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도할 시간은 없었던 새로운 기술 익히기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기 (짧게라도)

자기 전 10분 정도라도 종이책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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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소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도할 시간은 없었던

새로운 기술 익히기


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온 프로크리에이트 드로잉 책이 있었습니다. 일단 빌려오긴 했지만 자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첫 페이지를 넘길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책이었는데요. 위 영상을 보고 나니 갑자기 동기부여가 되어서 그날 이후로 저녁~밤 시간에 틈이 나면 하루에 하나씩 책 속 예제를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일 그림을 하나씩 그려야 한다, 혹은 책 속 예제처럼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일부러 내려놓았습니다. 만들어진 결과를 하나라도 공유하면 결국에는 더 잘 그리고 싶은 욕심만 커질까 봐 일단 그림이 완성되면 두 번 다시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제가 얻고 싶었던 건 완벽한 결과물이나 숙달된 기술을 얻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저 다음과 같은 목표 중 하나만 달성해도 성공이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1) 심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핸드폰을 드는 습관에서 멀어질 것

2) 무엇이든 내 손으로 만들어낼 것

3) 현재에 몰입할 것


그래서 하루 10분 정도만이라도 좋으니 책 속 예제를 꾸준히 따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다 보니 한 시간을 훌쩍 넘긴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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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드로잉은 위 책을 보면서 프로크리에이트 앱의 기본 기능부터 익히는 중인데요. 매일 하나씩 따라 할 수 있는 30일 분량의 예제가 있는데, 매일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익혀보는 구조로 구성되어서 아이패드 드로잉은 이번에 난생처음 시도하는데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저 핸드폰을 보는 것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니 늘 엉성한 결과물이 탄생해도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고 오히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한 번 더 그려보고 싶은 원동력만 계속 생기더라고요.



헤드폰으로 좋아하는 앨범을 재생하고,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차례로 듣다 보면 어느새 그림 한 점이 완성되는 경험이 반복된다는 점도 즐거움과 성취감을 더해주었습니다. 방 안에 홀로 남겨져서 노래와 그림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면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점도 알게 돼서 정말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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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기 (짧게라도)



저는 운동과는 누구보다 거리가 멀고,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보다는 그저 가볍게 산책하는 쪽을 압도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크린타임을 줄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실천하지 못한 것처럼, 운동도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저에게 절대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나 다름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말이나 광고 없이,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노래와 알람 소리만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운동 영상의 존재를 몇 달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이후로는 상황이 아주 조금 달라졌습니다.


운동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간단한 대화를 하거나, 한 세트 더 해낼 힘을 전해주는 응원의 말 한마디 없어도 그저 요즘 푹 빠진 노래를 무한히 들으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운동은 꽤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겨우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말없이 그저 노래와 함께 운동 동작을 보여주는 위 운동 유튜브 채널을 자주 챙겨 보고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배경음악 삼아 운동 영상을 만든다는 점이 운동을 지속하는데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긴 했지만, 이와 더불어 이상적인 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일단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과 정 반대되는 활동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운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었어요.


핸드폰은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며 수동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활동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고 의식적인 행동을 이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활동 같아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린 뒤에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스마트폰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도파민이 찾아온다는 걸 요새 자주 느낍니다.


그래도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기란 제게는 여전히 좀 어려운 일이라서 종종 운동을 미루거나 그저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산책으로도 대체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지금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쏟든 다시 예전처럼 요요가 오지는 않을지, 애초에 이 정도의 운동량으로 체중에 변화가 오기는 할지 확신이 안 설 때는 운동할 의욕이 사라지곤 해요.

그렇지만 만약 단 1g의 체중 변화도 없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지금 이 순간의 동작에 집중하는 시간은 여전히 즐거울 것이고, 스마트폰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이런 건전한 도파민이야말로 지금까지의 저에게 꼭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핸드폰을 보는 대신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겠다는 이 대담한 결심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제 끝이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운동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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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기 전 10분 정도라도

종이책 읽어보기


언젠가부터 잠들기 전에 무조건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잠드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이를 대체할 행동은 찾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잠들기 전에 들여다보는 핸드폰은 무조건 재밌기만 해서 굳이 다른 습관으로 바꾸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맡에 핸드폰과 함께 종이책 한 권을 놓았습니다. 예전에 사놓고 도저히 읽히지 않아 포기한지 오래된 원서를 골랐는데, 그 사이에 한글 번역본을 찾아 읽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긴 영어 문장을 읽는데 예전보다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집중해서 읽다 보면 꽤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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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핸드폰 대신 책을 집어 드는 것, 그것도 영어로 된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한두 장만 집중해서 읽어도 금세 피곤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대로 넘어가고 읽히는 문장만 읽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만 따라잡을 수밖에 없는데도 금방 잠을 자고 싶어지더라고요.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면 아무리 졸려도 스크롤을 내리는 것쯤은 손가락 하나만으로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어 잠잘 시간은 자꾸 늦춰지기만 했는데요. 외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 핸드폰을 볼 때와는 달리 한정된 정보를 천천히 습득할 수밖에 없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과하게 몰입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책은 대체로 챕터별로 내용이 나눠져있기 때문에 무한한 정보를 제공하는 핸드폰을 볼 때는 짐작하기 어려웠던 '이제 그만 손에서 놓을 타이밍'을 찾기 비교적 쉽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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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들였던 시간과 비교하자면 이제 겨우 시작한 이 루틴에 투자한 시간은 턱없이 적긴 합니다. 그래서 이 활동들이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주는지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위 루틴들을 지속하며 느낀 점은 1)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2) 가시적인 결과를 볼 수 있는 창작을 시도할 때, 3) 낯선 언어를 천천히 익힐 때 얻는 만족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중 머릿속에 남는 정보는 지극히 적었고, 그중에서 장기적인 기억으로 남는 정보는 더 적더라고요. 스마트폰과 조금 거리를 두고 나니 하루에 어떤 시간을 더했을 때 삶이 조금 더 만족스러워지는지, 무엇을 줄였을 때 내게 더 나은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실마리를 얻은듯한 기분이 듭니다.


적어도 하루 10분이라도 좋으니 수동적인 정보의 습득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활동가가 되기로 선택한다면 비록 세상은 그대로여도 적어도 나 자신의 하루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뿌듯함을 안겨줍니다. 스마트폰에게 빼앗겼던 시간 중 아주 일부라도 나 자신을 향해 돌려놓는다면 이는 제 삶을 어떤 방향으로 옮겨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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