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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Apr 18. 2024

4월 중순에... 꽃 같은 봄눈이 온다


심술쟁이 겨울이
가다 말고 돌아와
함박눈을 뿌리고
오던 봄은 눈 속에
파묻힌 채 웅크린다

다시 겨울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빨강 노란색의
예쁜 꽃 대신에
하얀 눈꽃이
사과나무 가지에
의젓하게 앉아서
하늘을 본다

이제는 겨울이
떠나갈 때도 되었는데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가지 않고
봄이 오는 길을
방해하는지
변덕 심한 봄날씨에
사람들은 어리둥절
옷장은 뒤죽박죽
봄과 겨울을 오간다

봄눈이나
봄비나
아무러면 어떤가
메마른 땅과
목마른 나무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는다

하늘이 주는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것
계절과 삶은
그렇게 서로를 닮았다
 
부지런한 튤립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더니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이제는
갈 차비를 한다

 피우지 못한
연두색 이파리가
바람 따라
흔들거리며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눈 속에서 고 숙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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