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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Dec 08. 2024

바람 따라... 허허대는 허수아비


허수아비가
들판을 지키고 있


사람들이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참새들을 쫓지만
허수아비는
바람에 흔들릴 뿐
의지도
생각도 없이 두 팔을
들고
들판의 왕인 듯
허허대며 춤을 춘다


바람이 분다
잔잔한 바람이 불
회오리바람이 불고
폭풍이 지나가면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허수아비는
논바닥에 고꾸라진 채
하늘을 보며
그것 보라며 웃는다


세상은
허수아비들의 춤 판
어제는 웃고
오늘은 울고
내일은 넘어지고
찢어진 몸뚱이를
비틀고 누워

하늘을 보는 허수아비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허수아비라고
손가락질하며
허수아비가
또 따른
허수아비를 만드는 세상


허수아비가
색 바랜 낡은 옷을 입고
새들을 쫓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인 줄 아는
새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배를 불린다


(이미지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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