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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꿈현 Jul 21. 2021

10년 차 이상 고연차의 이직기 (1)

왜 굳이 엉덩이 무거운 연차가 이직을 하려 하나

2007년 7월, 23살의 나이에 입사해 한 회사만 쭉 14년을 다녔다.


Part1)

성격 상 마냥 쉬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그냥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신나기도 해서(일 하는 것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라는 이야기ㅋ) 쭉 머무르다 보니 나이는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보수적인 조직의 의사결정자들의 인성과 실력은 점점 퇴보하는 느낌이었으며, 비효율적인 보고 업무만 늘어났다.


세상에 맞춘 변화가 간절한데.. 꼰대들과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들에 질려버린 사원/대리급들의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나이 든 임직원들도 ‘조직 자정작용이 완전히 망가진 것 같다’라고 판단을 내리며 패배감이 쌓여갔다.


Part2)

진작 너무도 보수적인 곳에서 탈출은 하고 싶었고 이직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내 눈에 맞는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말 조직문화도 열려있고 산업군도 유망한 ‘좋은’ 회사에서는 부족한 나에게 서류 탈락을 안겨(?) 주었고 ㅜ ㅋ


회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니 서류가 통과되면 요새는 특히 면접에는 대부분 참여했지만 면접을 통과하거나 경험할 때마다 지금 조직보다 더 보수적이고 꽉 막힌 모습들을 가진 타사 사람들을 보며 ‘아무 데나 옮기면 인생 망삘’을 체감했다.


매우 신중하다 보니 주변에 적극적으로 ‘이직’을 얘기한 지 2-3년이 지나도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Part3)

나는 이직이라는 이상만 꿈꾸는 무능한 14년 차 직장인일까.. 내 최선은 여기인가.. 하는 현타가 주기적으로 왔지만 포기는 하기 싫었다.


남들은 잘하는 이직 나에게는 불가능해 보일까?(여기서 말하는 이직은 어느 정도 눈높이는 맞춘 조건으로의 이직이지 그냥 탈출을 의미하진 않는다)


나는 10년 차가 넘어서야 순진하게도 이직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웬 고생일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수많은 좌절에도, 지금 이곳에 스테이하면 안정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계속 시도했던 이유는..


여기서 포기하면 나는 40,50대가 되어도 한 조직에서 변화는 늘 꿈꾸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되어 패배감과 아쉬움, 후회로 가득 찬 아이 어른(?)이 될 것 같아서였다.


Part4)

내 커리어와 굉장히 일치하는데도 떨어진 이유도 듣지 못하는 속상한 서류 탈락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면접 탈락을 통보해오는 곳들.. 여자가 보수적인 곳에서 견딜 수 있냐고 물어보는 꼰대 같은 기업들과의 면접..


물론 나도 면접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초기엔 많이 미숙했던 것 같다.


거의 산꼭대기에 온 것 같아 퇴사를 조심스레 김칫국 마시다가 더 현타가 컸던 몇 번의 최종 탈락 경험들까지..


괴로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그냥 흐지부지 끝나면 평생 내가 이 시기의 선택을 후회할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없다 보니 그냥 그 과정 자체가 내 몸값은 이제 가치가 덜해졌구나 하는 생각으로 자꾸 이어지며 지쳐갔다ㅠ


Part5)

5월 말쯤.. 같은 제조업 라인이라 그다지 끌리진 않았지만 헤드헌터가 워낙 좋은 기회라고 엄청 어필했던 포지션에 지원하게 되었다.


곧 면접을 보러 오라는데.. 막 끌리는 곳은 아니기도 하고 일이 너무 바빴어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고 면접에 응하게 되었다.


짜인 시나리오도 없고 뭘 준비하지 않았으니 내 본모습, 아는 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타사의 임원 몇 명 앞에서 내가 너무 말을 잘하는 거다 ^^;;ㅋㅋㅋ


웬일이지? 아 나는 면접을 위해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이 진짜 어색한 사람인데 지금까지는 준비한답시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발악을 했던 거다.


근데 준비를 하지 않으니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솔직하게 다 말했다. 더 좋았던 것은 업무상 디테일한 질문이 많아 내가 체화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면접 때도 여유가 있어지다 보니.. 나도 웃으며 질문도 했고..


면접 끝날 때쯤 그쪽 임원분께서 ‘너무 즐거운 면접이었다’고 좋은 시그널을 주더라.


그 한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너무도 잘못되었던 내 면접 마인드와 경험을 깨닫게 되었다. 이게 면접은 대응하는 사람들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말해줄 수도 없고 스스로 뭐가 안 맞는지 알게 되기도 어려워서 더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 같다.


Part6)

그 회사 면접을 매우 기분 좋게 마치고..

자신감이 생긴 나는(최소한 지금까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알게 된 것만으로 큰 수확) 평소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채용사이트에 들어가 서류를

접수했다. 이미 두 번 정도 서류에서 탈락한 최근 꽤 핫한 곳이었다 ㅜ


이번엔 제발 서류만 붙여줘라…ㅠㅠㅠ

합격이면 하루 이틀 만에 통보가 온다는 그 회사에선 일주일째 아무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과거 서류 탈락은 2-3일 만에 서류 탈락 통보 메일이 왔다면 아직 일주일째 탈락 메일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Part7)

그리곤 8일째 되는 날, 문자로


“OO 채용팀 리쿠르터입니다. 혹시 지원하신 포지션과 제출하신 이력서에 대해 간단히 전화가 가능하신 시간을 알려주세요”


라고 연락이 왔다.


탈락은 메일, 합격은 문자나 전화가 먼저라더니 진짜 맞았다.


그 전화는 향후 이어지는 6번의 면접의 서두에 불과했다….


##


길어져서 2탄에 나눠서 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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