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꿈현 Jan 02. 2022

설마 어렵게 한 이직을 후회해?

고연차의 이직, 5개월째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50일이 지났어요 ㅠ_ㅠ '

브런치로부터 알람이 왔다. 


6개월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았구나..


Part1) 그동안 행복했을까?

세상에서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

나한테만 좋지 않은 일들이 자주 다가오는 것 같을 때,

글을 쓰면 이상하게 몰입이 되며, 열심히 쓰게 되었다.


미칠 듯한 입덧을 7-8개월 동안 달고 살 때,

걸을 힘도 없던 내가 '다음에 이런 괴로운 입덧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매일매일의 변화기(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래 해서 매일의 변화는 의미가 없었지만 ㅋ)를 남겨놓기도 했고,


직장에서 잘 맞지 않은 상사를 만나 맘고생을 할 때도

'나는 노력하는 것 같은데ㅠ 왜 이렇게 불행한 일이 자꾸 생기지'라는

협소한 마음에 대한 글을 쓰면서 결론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등으로 설정하고 스스로 힘을 냈던 것 같다.


나는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몇 배쯤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

글을 쓰면서 시간을 가지고 순수한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되어서 좋기 때문이다.


가장 못하면서도 싫어하는 것 중 하나 '허풍', '있어 보이는 척'하는 것인데,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들인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


어쨌든, 있어 보이는 척은 죽어도 못하는 내가 의외로 말은 부드럽게 하는 편인데, 

글은 꽤 날카롭고 솔직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긴 했다. 


그. 런. 데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행복했다는 방증일까? 

아니, 회자하자면 행복한 순간보다 벅차고 힘든 순간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왜 위로가 되었다는 '글쓰기' 조차 하지 않았던 것인가.. 


Part2) 왜 이직을 후회... 해?

지난해 8월, 고연차로서 힘들게 이직에 성공(?)하고 이직 경험기의 첫 번째 글을 남겨 놓았는데 거기서 멈춰 있다.


이직에 성공하고 나서 한 달 정도는 정말 좋았다. 

6번 정도의 다양한 단계의 면접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정말 뿌듯했다. 


특히 있어 보이는 척 못하는 내가 면접에는 꽤나 내 어필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다니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사를 하고 나서 '이직' 자체는 사람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과정이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 전엔 지금 회사가 힘들거나 답답하면 쉽게 '이직해'라고 해서 순진한 마음에 난 '이직'이 대단한 변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보다. 추가로 아무도 '이직 후 후회'라는 것을 솔직하게 오픈하진 않았던 것 같다.


'회사 거기서 거기야' 등의 단순한 문장 하나가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을 대변해주었던 것일까?  나는 여기서도 참 순진했다.


이직 후 과정이 힘들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완전히 잃어버린 사내 정보


  과거 오래 다녔던 회사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잘하고, 무엇을 알려줄 수 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모르면 그 담당자에게 주저 없이 연락해 방법을 알아내며 일의 효율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가 무엇을 하는지 조차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누가 다 말해주길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바닥부터 다 찾아서 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상상을 못 했다.


  회사의 재택 기조로 100% 온라인 온보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모르는 것이 나오면 슬렉 등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는데, 오프라인이라면 화면 한번 슥슥 보여주면 이해할만한 과정을, 반나절을 혼자 헤매며 해결해야 할 때도 있었다.


2. 새로 쌓아야 하는 평판과 그 압박 


  평판이란 게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긴 한데.. 그래도 다수에게 오랫동안 쌓아놓은 좋은 평판은  '내가 어쩌다가 실수를 하더라도' 내 자존감을 빠르게 일으켜 줄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에서 나는 아직 평판이 '0'에 가까운 사람이므로  나도 모르게 자꾸 능력은 어필하고 싶은데 모르는 것이 많아 잘 안 되는 답답함이 굉장히 컸다.


  사소한 실수에도 '나는 여기서 일을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그것을 스스로 달래는 데에 굉장한 에너지가 들어갔다. 


  당연히 새롭게 쌓아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직을 하면서 과거 오랫동안 어렵게(!?) 쌓아온 사내 평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워라밸 무너짐

  기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워라밸'이었다. 

  나는 그러한 큰 장점이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하 워라밸)'는

  내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며, 워라밸이 좋지만 발전은 없는 상황보다 워라밸은 무너지더라도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라는 생각을 가지며 기존 회사를 답답해했던 사람이었다. 


  그. 런. 데 이직한 회사는 어마어마하게 워라밸이 없는 회사였다^^;;


  상대적으로 사내 분위기가 매우 경쟁적이고, 일 자체도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재택을 하면서도 매일 11-12시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사내 정보를 잘 모르니 더 더뎠다.


  상사 중 한 분은 "능력 없는 사람들이 야근하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시며, 좋은 마음에 야근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는 하셨지만. 이게 일의 효율과는 무관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많아 야근을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아.. 이게 내가 일을 빨리 못 쳐내는 내 잘못인가?라는 자조적인 생각도 많이 드는데..

  주변 분들도 많이들 야근하는 거 보니.. 글쎄 모르겠다.


  재택이라 계속 집에서 앉아 있으면서 더 끊임없이 일을 이어가기 용이했고, 그때마다 떨어지는 체력과 '나는 왜 이렇게 빨리 못 끝내는 것이지'라는 스스로에게 화남과 답답함이 이어지며 힘들어하는 날이 많아졌다. 압박이 심했는지 꿈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워라밸이 매우 좋은 회사에서 워라밸이 나쁜 회사로 이직을 하고 5개월 만에 그때서야 워라밸이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꼭 경험해봐야지 아는 바보..


 Part3) 이직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는다.

  직장인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는 지금 회사가 힘들어서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나도 기존 회사에서 성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이직을 준비했었고, '이직'을 하면 그래도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이직은 일시적으로 현실을 도피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일 뿐이지 인생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 주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직을 하면서 이 자체를 알고 있을 텐데도 금방 망각하고 또 다른 '이직'을 꿈꾸고 있다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 이기도 하다. (나도?ㅋ)  


  이직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5개월 동안 솔직히 후회도 자주 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내 정보, 평판, 워라밸' 등에 나는 왜 과거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내가 10년차가 넘은 고연차이지만 이직을 너무 늦게 경험해본 영향 같다. 이직을 해볼꺼면 환상을 갖지말고 3,5,7년차, 늦어도 10년차가 되기 전에는 해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직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내가 이직을 하지 않았다면 이직이 될 때까지 '이직'의 환상에 젖어 도피하려고 했을 것이니까.. 안 했던 것보단 나았다^^ 더 큰 세상을 보게 되었고 벅차지만 또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택을 하라면!?


  적당한 워라밸이 있는 회사일지는 큰 고려 요소가 될 것 같다. 


  이 것은 내가 편하게 쉬고자 함이라기보다는 회사 외에 다른 액티비티가 가능한 최소한의 저녁 시간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직' 자체가 지금 내가 회사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나 답답함을 완전히 해소해주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이직'이 왜 안되지?라고 괴로워 하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조금 더 감사해볼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


  '이직'은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이 '이직'을 꿈꾸지만 '이직'을 후회하거나 실패했다는 경험은 많이 퍼지지 않는 것 같아서 시작된 글.


그렇다면 현대 직장인은 어떤 것으로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고 싶은 시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10년 차 이상 고연차의 이직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