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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양석 May 16. 2020

사라진 200만명은 어디갔을까?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 딱보고 알아차리기 연습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지금 숫자 가득한 보고서를 팀장님에게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보고서를 받아보고 3초 만에 말씀하십니다.


‘숫자가 튀잖아!’


그 많은 숫자 중에 딱 그 숫자가 잘못된 걸 어떻게 알아챘을까요? 우린 그렇게 찾으려고 해도 안보이던 그 숫자를 말입니다. 이번 역량은 직관력에 관한 것입니다. 딱 보고 알아차리는 능력을 우린 직관력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데이터 직관역량은 데이터의 특이점에 착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튀는 걸 튄다고 말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이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그런 착안점은 대체로 좀더 깊은 통찰로 우리를 인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바로 ‘알아차리는 능력’에 대해 알아보시죠.



이 데이터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주요 테마파크 별 입장객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X 축은 연도로 나타낸 시간 축이고 Y 축은 입장객 수이죠. 너무나도 간단한 차트이죠? 여러분은 이 차트에서 어떤 메시지가 떠오르시나요? 자! 잠시 영상을 멈추고 고민해 봅시다. 분명 신선한 결론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도전해 보세요. 절 믿으셔도 좋습니다.
 
 
 혹시 여기 제시된 답변 중 하나가 여러분의 답변인가요?


A.  우리나라 테마파크 산업은 에버랜드가 이끌어간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B.  전체 테마파크 입장객 추이를 보면 국내 테마파크 산업은 정체되어 있습니다


C.  테마파크를 수도권과 지방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 입장객을 비교해봤을 때, 수도권 테마파크에 집중도가 매우 높군요.


D.  경주월드는 입장객이 최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니 주목할 필요가 있겠어요.


E.  시장점유율이나 성장률 측면에서 부곡하와이랜드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경영조치가 필요합니다.


F.  2007년에 롯데월드의 입장객수가 이례적으로 줄어든 것을 보건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일단,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누군가는 산업의 성장 관점이 중요하다고 할 때, 다른 누군가는 1위 기업의 성과 관점, 수도권과 지방의 지리적 시장 분할 관점, 특정 테마파크의 입장객 변동 관점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인지’라는 그 당연한 사실이 어떤 상황에서는 천지 차이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사실 아시나요? 바로 무언가를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어떤 인지는 판단에 도움이 되고, 어떤 인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 정말 그런지 여섯 가지 답변을 한 사람들이 다음 상황에서 각각 어떻게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예상해봅시다.


여러분은 얼마전 롯데월드 최고경영자로 부임했습니다. 여러분은 정체된 테마파크 산업에서 어떻게 방문객을 증가시킬지 늘 고심이 많습니다. 이런 고민이 깊어가던 중 동종 산업 내 최고 경쟁자로 지목되던 에버랜드가 수백억을 들여 새로운 놀이 시설을 도입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상응하는 전략으로 롯데월드도 수백억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쳐해있습니다. 알고 있는 시장 데이터는 앞서 제시된 지난 5년간 입장객 추이 그래프밖에 없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러분이 주어진 데이터를 앞서 나온 여섯 개의 답변처럼 해석했다면 어떤 도움이 되는지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A.  우리나라 테마파크 산업은 에버랜드가 이끌어간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B.  전체 테마파크 입장객 추이를 보면 국내 테마파크 산업은 정체되어 있습니다


C.  테마파크를 수도권과 지방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 입장객을 비교해봤을 때, 수도권 테마파크에 집중도가 매우 높군요.



A,B,C 답변은 현재 우려감을 확인해줄 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이렇다 할 실마리를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D.  경주월드는 입장객이 최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니 주목할 필요가 있겠어요.


E.  시장점유율이나 성장률 측면에서 부곡하와이랜드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경영조치가 필요합니다.


F.  2007년에 롯데월드의 입장객수가 이례적으로 줄어든 것을 보건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D와 E 역시 에버랜드에 대한 롯데월드의 대응 전략과 관련이 없는 제3의 테마파크에 대한 지엽적인 내용일 뿐이며, 2007년 롯데월드 입장객 폭락 사건에 대한 F 해석은 오히려 초조한 마음을 부추길 뿐입니다. 즉, 죄다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하는 변변치 않은 해석들뿐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고심에 싸여 있는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제시했다면 어떨까요?


G.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실제로는 경쟁 관계가 아니므로, 무리한 경쟁적 투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죠?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경쟁자가 아니라니? 어떻게 이런 도발적인 해석이 이 차트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롯데월드는 에버랜드의 대단위 투자 소식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어떤 고민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그 고민이 애초부터 고민거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겠지만, G 메시지는 유효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2007년 롯데월드 입장객 수 급락에 따른 여타 테마파크 입장객 수의 ‘반응(response)’에 있습니다. 직관력이 발동해야하는 부분이죠.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2007년에 약 200만 명에 달하는 롯데월드 입장객 감소는 다른 테마파크 입장객 증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200만 명은 당시 테마파크 산업 전체 입장객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인 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테마파크 산업은 거의 성장이 정체해서 테마파크 간 고객 뺏기 경쟁이 치열할 것입니다. 어떤 산업도 산업 전체 10%에 해당하는 고객이 갑자기 증발하기는 쉽지 않죠.


그럼에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서울랜드 입장객 수는 같은 해 아주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강력한 경쟁자로 알고 있던 에버랜드의 입장객은 오히려 소폭 감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롯데월드가 놓친 입장객들이 다른 테마파크로 가지 않고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두 테마파크 간 경쟁 강도에 대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일단 지난 5년간 테마파크 별 입장객 추이 데이터만을 근거로 한 메시지는 적어도 테마파크 업계는 여타 산업과는 다르게 산업 내 매우 약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신임 롯데월드 최고경영자에게 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값진 메시지 아닐까요? 정리하면, 테마파크 산업 수요는 동종 산업(테마파크) 내 상호대체성이 크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정말 그런지 제가 추가로 데이터 하나를 준비해 봤습니다.

 
 

출처: 롯데월드, 에버랜드


이 데이터를 보면 에버랜드의 고객 증감이 롯데월드의 그것과 상충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각 점들의 위치가 마이너스 45도의 굵은 선 근처에만 모여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SKT가 6개월동안 통신 서비스를 중단하면 LGT와 KT도 에버랜드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겠죠. 즉 통신산업과 다르게 테마파크 산업에서는 산업 내 반사이익이라는 것이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때 닌텐도가 나이키의 경쟁 상대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이 닌텐도 때문에 밖에 나가서 놀지 않게 되면서 나이키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게임하는데 운동화나 운동복이 많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즉, 아이들의 시간이라는 공동의 대상을 놓고 경합한다면 아무리 산업이 달라도 그들은 경쟁상대라는 말이 신선했을 것입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같은 산업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같은 고객을 두고 경합하지 않는다면 경쟁관계라고 볼 없는 것입니다. 한데 이런 깨달음과 통찰은 단순히 우리의 지적 유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기업 경쟁 전략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경쟁 전략의 첫 단추는 정확한 경쟁자 지목(Whom to compete)인데,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않으면 어디에서(Where to compete), 언제(When to compete), 어떤 방법으로(How to compete) 등 여타 경쟁 전략이 다 어그러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 간단한 차트를 보고 산업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CEO와 그렇지 않은 CEO는 모든 전략 내용이 다를 것임이 분명합니다.


자, 여러분 이런 통찰 재밌나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시 차트로 돌아가 봅시다.



이제 직관력이 무엇인지, 그런 직관이 어떤 통찰로 우릴 안내하는지 체감하셨을 테니까, 또 시도해봅시다. 힌트를 드리면 이 차트에는 방금 도출했던 도발적인 결론,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경쟁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뒤집을 만한 실마리가 또 들어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문제의 지점은 바로 2009년 2010년 일제히 상승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입장객 수에 있습니다. 다른 테마파크 들과는 눈에 띄게 다르네요. 지금 보니, 갑작스럽게 상승한 그래프의 기울기까지 같은데요?


자, 좋은 착안을 했으니 좋은 통찰로 마무리해 봅시다. 2005년부터 2008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던 입장객 수가 이렇게 특별히 튄다는 것은 2007년 롯데월드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요인은 동일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두 1등, 2등 테마파크에만 영향을 미치는 그 무엇이겠네요.


여기서 잠깐! 여러분, 여기서,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 것은 그 요인이 뭐지?가 아닙니다. 직관과 통찰은 사실관계를 몰라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합니다. Fact는 검색하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핵심은 ‘어떤 요인에 의해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매우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라는 착안을 ‘적어도 그 요인에 대해서는 두 테마파크는 경합 관계일 수 있다.’라는 통찰로 마무리 하는 것입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뭔가 게임의 룰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살펴본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딱 2009년 전 까지만 유효한 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데이터의 어떤 부분에 착안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계십니다. 각 결론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말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 사실을 말씀 드리면, 2007년 롯데월드 고객이 증발한 이유는 불미스러운 안전사고 때문이고, 2009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고객이 일제히 급증한 것은 중국 관광객의 급증 때문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우리는 결론을 좀더 업그레이드 해야겠습니다.


만약 배경 지식을 모르는 경우는, 국내 테마파크 산업은 적어도 2008년 경까지는 주요 테마파크 간 강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2010에는 어떤 요인에 의해 다시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만약 배경 지식을 아는 경우는, 테마파크 산업은 국내 고객에 대해서는 경합관계가 아니지만, 해외 고객에 대해서는 경합관계일수 있다.


입장객 추이 데이터로 테마파크 경쟁 전략의 큰 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간단한 데이터에서 말입니다.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도 A부터 F의 메시지를 뽑아낸 사람들은 갖지 못했으나, 사라진 200만 명과 2009년 매출 급증에 착안한 사람이 가진 탁월한 감각을 욕심 내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하나를 접하더라도 겉이 아닌 이면의 본질적인 내용에 착안하고, 목적에 맞게 해석하여 결국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데이터 리터러시 두번째 역량, 데이터 직관력이라고 부릅니다.


2020년 초여름 출간 예정 '데이터리터러시/이콘출판' 원고 중 일부


 



2020년 데이터 리터러시 강의계획(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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