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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양부인 Oct 15. 2022

난생처음 콘서트

HERE And NOW 케이윌 공연 후기



콘서트에 갈 기회가 생겼다.

공연 전날 밤, 갑자기 티켓 게 된 것이다.

이렇다 할 팬심도, 공연 경험도 없던 나로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가보자고!


콘서트의 주인공은 케이윌.

케이윌 님 발라드 가수니깐, 들으면 알 만큼 유명 노래도 많으니깐, 입담도 좋재치 있는 전문 방송인이시니깐, 콘서트 정말 재미있!






나만 없어 응원봉

엇, 티켓을 받아보니 좌석이 꽤  쪽이다. 

이 정도면 가수의 팬클럽이나 찐 팬분들이 앉으실 자리 같은데, 오예~ 그런데 응원봉 없이 앉아있기에 살짝 민망할모르겠다. 응원봉이 한 개에 얼마지? 건전지까지 3만 원은 하겠구나! 일행이랑 같이 두 세트 사면 6만 원인데... 끗하게 한 번 쓰고 당근해야 하나... 쿨 거래할 수나 있을는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튼실한 허리 흔들어 제끼자! 나는 원봉 대신  건장한 등빨과 두 팔을 이용하여 맨몸으로 바운스와 와이퍼를 시전 하기로 다.


내가 예상했던 발라드 가수의 콘서트는 드라마  "사내 맞선" 4화의 멜로망스 공연. 수의 감동적인 선율을 감상하며 열심히 손뼉 치고 호응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드라마 "사내맞선" 장면 중


8시 정각, 서트 시작!

케이윌 의 등장과 함께 관람객들의 거국적인 기립으로 연의 막이 올랐다. 일단 앞자리다 보니 나도 얼결에 주섬주섬 일어기는 했는데...


이거 언제 다시 앉을 수 있 거야? 공연시간 두 시간에, 앙코르곡까지 고려하면 열한 시는 돼야 끝날 텐데... 설마 공연 끝날 때까지 이대로 열광하는 분위기는 아니겠지? 후... 어른이 저렇게 땀 흘리며 무대 위에서 본업으로 힘쓰고 계시는데, 관객이 슬며시 자리에 앉으면 매너가 아니려나? 행여라도 내가 다시 착석는 모습 케이윌 님이 보시고는 분이 하시면 어떡하지? 앞 좌석에서 응원봉도 없 렬하 응원하 않니, 디서 티켓 얻어서 우연히  걸 너무 티 는 거 아니야? 아니 근데, 케이윌 님 발라드 가수 아니었나? 신나는 노래가 뭐 이렇게 많? 랩도 댄스 안무다양하고, 흥부자네 이 오빠! 그래도 곧 발라드 곡 나오면 슬며시 앉도 되 않을까?......


공연 시 5 안돼서 이런 쓸데없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비단 나뿐만은 아 것 같다. 8시 정각 나처럼 엉겁결에 기립했던 음금님 허리를 부린 엉거주춤 자세로 몸을 내쪽으로 기울옴짝달싹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던 것이다. 이 구역의 유일한 남자 음금님이 말하기를,


"응당 비싼 돈을 지불하고 좋은 자리를 예매한 팬분들이 나로 인해 공연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외다."


결혼 십 년 만에 배우자가 처음으로 짐스럽게 느껴는 순간이다. 아니, 그럼 나는? 나 응원봉 없바운스하고 방방 뛰고 흐느적거려야 하는데, 너 님 때문에 좁아움직이지도 못하고 단 말이야!


더 많은 사람이 무대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공연장 객석은 의자 배열이 굉장히 협소했. 패딩 입는 계절이 오면 다 어깨 접고 두 손 모아 응원봉만 살랑살랑 흔들겠지? 응원봉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람문화를 만들었는, 갸륵하게 느껴 정도다.







앞자리 객석 후기

무대 가까이에 앉으면 외로 꽤 많은 것을  수 있다.


카메라가 미처 다 잡지 못하는  댄서분의 서로 다른 안무와  생생하게 보인다던가, 발라드 곡의 대 효과를 위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드라이아이스의 매캐한 냄새라던가, 에어샷 폭죽의 종이 조각들이 머리 위에 슬며시 착지할 때 전해지는 어색한 감촉이라던가...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 꼼꼼하게 떼어냈다고 했는데도 집에 돌아와 옷을 벗자마자 점퍼 안감에 붙어있던 은박 종이가 또 나왔다. 얼마나 간직하고 싶었으면, 가방 밑바닥에서도 한 움큼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이런 경험 상상도 못했던 공연 전의 깨끗한 좌석

앞자리의 팬분들은 알음알음 친분이 있어 보인다. 영화관 좌석처럼 일행끼리 속삭이 고요할 줄 알았는데, 공연 시작 전에 서로 인사도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 신선했다. 음금님과 나는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기름이나 섬처럼 더욱더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케이윌 님이 중앙무대로 자리를 옮기면 고개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난감했다. 아예 뒤돌아서 구경을 해도, 가수를 등지고 좌우 있는 대형 모니터를 보더라도, 내가 어느 방향을 택한 들, 결국 다른 관람객과 어떻게든 마주 보게 돼서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야 마는 구조다.









공연이 방송과 다른 점은 나도 함께 뛰고 놀고 참여하는 재미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평면적인 감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가수와 함께 호흡하면서 노래도 따라 부르고 응원 구호를 외침으로써 같이 곡을 완성해내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랄까. 비록 오늘은 응원구호를 숙지하지 못해서 공연을 100% 즐기지는 못했지만, 이제 케이윌 님이 물 마시는 장면만 봐도 소리 지르며 환호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남자 케이윌.

사랑해요 케이윌.

사랑해요 김형수.

대박나자 케이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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