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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뭐 하고 놀까》

7편. 퇴근 전 10분, 가방 싸는 의식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후 5시 50분.


손이 먼저 움직인다.

가방을 끌어당기고,

USB 메모리, 충전기, 메모지, 립밤을 넣는다.

퇴근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다.




가방 정리는 마음 정리다


하루 종일 엉켜 있던

생각, 감정, 할 일들 사이에서

단 한 가지는 명확해진다.


“이제 나갈 시간이다.”




진짜 퇴근은 가방을 닫을 때 시작된다


컴퓨터는 켜져 있어도

마우스 손은 느려지고,

눈은 시계를 자주 본다.


동료 한 명, 또 한 명

슬쩍슬쩍 자리에서 일어난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쓴다.

누군가는 “에어팟 어디 갔지?” 중얼거린다.


그리고

내 가방 지퍼가

‘쓱’ 하고 닫히는 순간.

마음도 닫힌다.




10분의 침묵이 하루를 지운다


마지막 10분.

말을 줄이고

창을 닫고

책상을 정리한다.


한 명씩 사무실을 나설 때,

각자의 하루가 접힌다.




그 작은 루틴이 큰 리듬이 된다


손에 익은 동작으로 가방을 싸고


자리에 앉은 채로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화면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3초


누가 먼저 “수고하셨습니다” 할지 눈치 보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마음으로 일어난다.




퇴근 루틴이 무너지면,

집까지 일 생각이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10분의 루틴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내일도 일은 남아 있고,

메일은 또 쌓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일이 아닌 나를 챙기는 시간이다.




가방을 멘다.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드디어,

오늘이라는 일이 끝난다.




다음편 8편

“복사기 앞에서 펼쳐지는 잡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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