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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합, 못 참지” 서울대앞 도삭면 세트의 묵직한맛

칼로 썰어낸 면발, 그 탱탱한 유혹

by 라이브러리 파파

서울대입구역 어느 식당,


대로변 중식당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먼저 후끈한 열기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주방에서 도삭면을 벽돌처럼 깎아내리는

그 박력의 소리.

도삭면은 칼로 도마에 썰듯

밀가루 덩어리를 쳐내어 만든 면이다.

기계가 뽑아내는 일률적인 면과 달리,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규칙함이 오히려

탱글탱글한 식감의 근원.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며, 콩나물과 파가 아낌없이 들어가

한입 먹는 순간, 속이 가라앉는다.


'이 맛에 오는 거지' 싶었다.


탕수육? 세트에 들어갔다고요?

그리고, 깜짝 놀란 건 탕수육이다.

보통의 세트메뉴에 탕수육이 들어가 있다면

우리는 늘 두 가지를 걱정한다.

‘너무 작진 않을까? 너무 눅눅하진 않을까?’

하지만 여긴 달랐다.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 튀김옷은 두껍지 않고 고소하다.

간장소스에 찍어 한입 먹으면

겉은 바삭, 속은 쫄깃, 진심으로 반할 맛이었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단무지, 간장 피클, 고소한 후추통까지

소박하지만 센스 있는 상차림이었다.

점심 한 끼가 하루를 만든다

이 세트의 가격을 떠나,

맛과 정성에서 오는 만족감이 큰 식사였다.

점심 한 끼가 이렇게 든든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하루쯤 뭐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따뜻한 국물, 손맛 담긴 면발,

그리고 작지만 존재감 있는 탕수육.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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