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16억 갑 – 담배가 피워 올린 공기 속의 마음들
※ 흡연 권장 글이 아닙니다.
(따라 하지 마시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회사 옥상 구석,
노란 선 너머에서
누군가 우산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입에서 나오는 건 연기였지만,
그보다 먼저 빠져나온 건
말 못 한 감정 같았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팔린 담배는 약 35.6억 갑.
한 갑에 20개 비니,
총개비로 따지면 약 712억 개비.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2억 개비가 넘는
담배가 공기 속으로 흩어진 셈이다.
이 숫자들을 쳐다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진짜 태우고 있는 건,
정말 ‘담배’일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흡연 인구는 약 1,500만 명.
성인 남성 중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늘 말한다.
“금연율 증가”, “흡연 감소 추세”,
“담배값 인상 효과 있음.”
그래서일까,
우리는 점점 흡연자를 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어느 건물 뒤편, 어느 골목,
어느 비 오는 오후에는 늘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건 중독일까,
아니면 지탱의 방식일까?
담배는 참 신기한 물건이다.
의도적으로 숨을 들이마셔야만 피울 수 있다.
그 말은 곧,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삼키고 있다는 뜻이다.
긴 한숨을 가장한 들숨.
몸을 조용히 비우는 방식.
그리고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속말 하나.
그건 해소가 아니라 체념에 가까운 평온이다.
우리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폐가 망가진다는 것도 알고,
담배가 정부의
세금 수입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도 안다.
실제로 2024년 한 해 동안
담배를 통해 정부가 걷은
세금은 약 11조 원이다.
이쯤 되면 담배는 사람을
망가뜨리는 대신 국가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금연 광고는 늘 외친다.
“당신의 선택이 당신을 바꿉니다.”
하지만 정작 그 선택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한테는 이게 전부인데요.”
누군가는 담배를 나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담배를 끊지 못한
사람을 나약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끊지 못한 게 아니라,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16억 갑의 담배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오늘도 연기처럼,
말이 되지 못한 마음 하나가
하늘로 흘러 오른다.
그건 담배가 아니라
그 사람의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