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a Feb 01. 2024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6

아들이 대신 써주는 엄마의 인생

6. 재혼


사주 공부를 정말 밤잠을 안 자고 했다.


딸아이가 엄마 잠도 안 자고 그러고 있었냐고, 


"넌 왜 벌써 일어났어?" 하면 


"엄마 밖을 한번 보세요. 날이 훤해졌는데 잠도 안 자고 공부했어요?"라고 했다.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명리학에 빠져있었다.     


너무 재미있고 알고 싶고 파고들고 싶었다.     


한 명의 사주를 보면 대대손손이 보인다니 이 얼마나 파고들고 싶겠나.      


지금도 사주이야기를 하면 3박 4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이 정도로 공부를 했다면 어느 한 분야에 박사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     


선생님께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가르쳐주셨다.     


그 덕분인가 한 달여 만에 서면에 롯데백화점 7층 영화관 관객들을 상대로 명리풀이를 해주었다.     


용한 명리학 선생으로 인정도 받았다.     


공부할 때만큼은 그 속에 빠져버려서인지 공부한 지 5개월 만에 국내와 국제 역리 상담사 자격증을 받았다.     

한동안 일본으로 초청장도 왔지만 국내를 떠나기도 싫었고 소통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목적을 이루고 나니 다시 마음에 빈 틈이 생겼나 보다.


술이란 요망스러운 것이 한 곳에 빠져있을 땐 생각조차 나지 않다가 조금만 해이해지면 찾게 되는 것이더라.   


한참을 또 방황할 때 키다리 아저씨가 자기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처음 그의 집에 가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다 낡은 집에 낡아빠진 작은 냉장고, 어두컴컴한 집이 너무 싫었고 칠순을 훌쩍 넘긴 홀아버지와 장애 1급 (뇌성마비) 형, 2층에는 여동생 내외가 살고 있었다.     


1년에 지내는 제사만 13번,     


여우를 피하니 범을 만난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내가 받은 은혜도 있고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떻게 생활을 할지 막막했다.     


바퀴벌레들이 왔다 갔다 했다.     


키다리 아저씨 하는 말 딱 1년만 불쌍한 우리 아버지 따뜻한 밥 해주면 당신을 위해 내 모든 걸 다 주겠다고 했다.     


마음 약한 나는 까짓 거 한번 해보지 뭐...


라고는 했지만,     


마음먹기는 쉬운 일이지만 실천하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물이 아까워 머리도 감지 않고 옷도 잘 갈아입지 않는 시숙님,      


전기세 아깝다고 밤만 되면 캄캄하게 불도 못 켜게 하는 시아버지,     


제사 때면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는 곳.     


제사상에 올리자고 손바닥만 한 고기 사다 주는 시고모     


사실 내 마음에 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시골에 계신 엄마 아버지 보기 미안하고 죄스러워 시골집에도 가지 못했다.     


술은 말술을 마시고 나갔다 하면 새벽에 들어오는 키다리 아저씨는 돈에 대한 욕심도 없지만 가치도 모르는 경제에 개념도 없었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멋쟁이에 성격도 젠틀하셨다.     


과거 잘 나가던 시절(중앙정보부) 돈 쓰던 가닥도 있으시고 좋은 것만 입고 먹고 신고, 남부럽지 않게 자란 유년시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재물을 모르겠다는 것보다 월급 타서 아버님 모두 드리고 쓸 만큼 또 받아가서 쓰는 식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아버님께선 아무리 돈이 궁하셔도 돈 필요하다면 항상 OK     


이 환경을 아버님이 만드셨지만 아버님께선 훌륭하신 분이셨다.     


당신 자신의 이익보다 남을 먼저 도우셨고 내 자식보다 남의 자식을 우선으로 생각하셨다.     


그리고 혼자 가족들을 건사하신 지 몇십 년이 되다 보니 음식솜씨도 참 좋으셨고 식사 또한 규칙적으로 시간 맞춰하셨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