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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5] 2. 스스로 깨야 생명이 된다

그래야 맞서 싸울 수 있다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고, 남에 의해 깨지면 요리가 된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되지 않지만 우연히 스치듯 알게 된 이 문구는 상당히 강렬한 뜻을 뇌리 속에 각인시키면서 기억에 남았다. 정말로 그랬다. 사람의 삶도, 기업의 운명도, 보안의 운명도.


  스스로의 삶을 바꾸기 위해 과감히 현재를 박차고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설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그 과정과 노력이 경험과 지혜라는 평생의 자산이 되어 남는다. 그리고 그들은 개척자, 멘토, 리더 혹은 선구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 생명이 된 것이다.


  현재의 성공과 안전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양한 변신과 시도라는 모험을 즐기는 기업만이 장차 다가올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세계로 뻗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가고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과 성공이라는 생명의 열매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생명의 열매를 잡은 기업들이 그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된다.


  스스로 알을 깬다는 것은 무섭고 두렵고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알을 깨지 않으면 결코 생명이 될 수 없고 요리가 되고 만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한 것이 지금껏 천직으로 삼고 일해왔던 IT보안 분야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보안을 함에 있어 스스로 깨기보다는 남에 의해 깨지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보안을 행함에 있어 스스로 알을 깬다는 것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보보안체계를 스스로 기획하고 설계하고 구축함을 의미한다.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하였기에 그 행함의 결과가 내부에는 경험과 지식과 구축의 결과물로 남게 되고, 외부에는 선도기업이라는 명성과 함께 타 기업들에게 있어 모범사례로써 귀감이 되게 된다.


  기업이 남에 의해 깨지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수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정보보안체계를 구축함을 의미한다. "법에서 하라고 해서", "인증을 받으려면 사야 한다니까"와 같이 모두 누군가가 시키거나 하라고 하니 억지로 수행한 것이다.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기획을 하지 않았기에 완성된 그림은 이것저것 많이도 짜깁기 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약간의 경험과 지식은 남겠으나 기술적 경험에 불과하며 거기에 지혜와 식견은 없다. 기업들의 보안이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한 듯이 천편일률적인 이유다.


  익숙한 길 편안한 길을 버리고 낯선 길을 선택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보안을 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빌런은 해커들이다. 그리고 해커들은 악당이지만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항상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를 머뭇거리지 않는 도전자들이고 모험가들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기업이 익숙하고 편안한 길을 고집하는 한 해커들에게 맞설 수 있는 길은 없다. 보안전문가들이 해커와 같은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항상 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알을 깨고자 도전하지 않고 모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빌런들의 뒤에서 쫓아만 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서서 막아보고자 욕심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동적이고 익숙한 체계라는 알을 과감히 깨고 밖으로 나가야만 해커와 맞설 있다. 해커들을 앞서지는 못해도 최소한 옆에서 함께는 가야 한다. 


  그들이 뛸 때 우리도 뛰고 그들이 날 때 우리도 날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자만이 능히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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