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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17. 기업과 재택근무

재택근무에 필요한 5가지 기준

재난은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연출하게 만든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19 역시 마찬가지이다. 준비되지 않은 재난이다 보니 초반 기업들은 급하게 대응하느라 허둥지둥 대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그래도 1년 가까이 재난이 지속되다 보니 내성이 생긴 기업들이 이제는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뜻밖의 재난이 재난대응체계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상황이 언제쯤 진정될 것인지 아직까지 누구도 섣불리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상황에 직면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재택근무체계로 업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클라우드나 SaaS 형태로 일찌감치 업무시스템을 전환한 기업들 중 상당수는 비교적 용이하게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처 준비되지 못한 작은 기업들은 추가 투자를 통해 급하게 원격근무시스템을 구축했거나, 용이하게 적용 가능한 방안을 통해 재택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재택근무체계의 경우 회사에 출근해 근무할 때와는 다른 환경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보안전문가의 검토와 보안솔루션 도입을 통해 조성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므로 악의적 해커의 공격이나 악성 프로그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함을 보장받는다. 문제 발생 시 바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전문가와 지원인력이 상주하고 있어 든든하다.


재택근무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해커의 공격이나 악성 프로그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인터넷을 하다가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 내부로 악성코드를 전파시키는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경우도 살펴봐야 한다. MS가 제공하는 윈도 원격 서비스를 재택근무의 방안으로 선택하는 경우 다양한 보안정책의 검토가 필요하다. 24시간 컴퓨터가 켜져 있어야 하므로 사람이 없는 점을 노린 해커의 공격이나 악성코드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재택근무로 한참 업무를 보고 있는데 원격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고 재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 회사 컴퓨터를 재부팅해야 하는 경우도 문제다. 모두 재택근무 중이라면 누가 컴퓨터를 재부팅해준단 말인가. 


회사 보안솔루션의 정책도 살펴봐야만 한다. 보안솔루션에 의해 컴퓨터가 강제 종료되거나 절전모드로 변환되는 경우 원격 서비스가 접속 해제된다. 이 경우에도 컴퓨터를 재부팅해야 할 수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지원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으로 재택근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코로나 19라는 의도치 않은 상황이 촉발한 환경은 재택근무체계라는 기존의 근무방식을 탈피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히 기능만 고려해 재택근무체계를 도입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실로 재택근무체계의 도입이란 기존의 근무방식을 변화시키는 지난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급하다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진행한다면 되려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안전한 재택근무 도입을 위해서는 적어도 다섯 가지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목적한 기능을 제공하며 보안 기능이 잘 구현된 IT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메신저를 통한 업무 대화, 화상회의, 화면 공유 등 내부의 중요한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것이 재택근무이다.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우선 조사해 대상을 선별하고, 그중 보안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업무방식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같이 모여 대화하는 회의 등 기존 업무처리 방식들을 재택근무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해 내부에서 사전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전파해야 한다. 이 과정 없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게 되면, 반드시 혼선이 발생하게 돼 업무처리를 위해 회사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겨나게 된다.


셋째, 비상상황 시 업무처리를 위한 내부지침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재택근무체계란 비상대응체계의 다른 이름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감염병 등 출근을 통한 업무가 어려운 경우에도 업무는 지속돼야 한다. 이 경우 업무지속성 확보를 위한 내부지침이 존재하고, 임직원 전파교육이 사전에 이루어진 경우 혼란 없는 대응이 가능하다.


넷째, 비상대응조직으로서 통제센터가 존재해야 한다. 대다수가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시스템 접속 불량, 서버 이상 등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은 처리돼야 재택근무의 유지가 가능하다.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비상상황 전체를 관찰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결정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통제센터 구성에 대한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 통제센터가 없다면 무수히 발생할 돌발상황에 대한 빠르고 적절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져 비상대응체계의 유지가 어렵게 된다.


다섯째, 비상시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지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앞으로 많은 업무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전문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활용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필요하다. 지금의 업무성과 측정은 대부분 회사 출근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업방식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평가지표를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등 떠밀려 급하게 원격지원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고 중요한 것은 미래다. 천재지변이나 침해 등 다른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경험을 토양 삼아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악의적 해커나 악성 프로그램의 공격으로부터 기업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안 대책 마련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재난을 대비한 재택근무체계가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오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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