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극복기
매달 배란일을 계산해
2주 동안 뜨거운 찜질도 피하고, 카페인도 줄여
무심코 맥주에 손이 가다가도 달력을 보고 탄산수로 대신하곤 하지
그렇게 가지 않는 2주를 보내고
매일 초조하게 화장실로 향하고는 했지
아 아직 안 나온 걸 거야 이틀 뒤에 다시 해보고 또 실망하곤 하지
그렇게 몇 달을 반복하니 이제 실망하는 일에도 지치고 정신 승리해
우린 아직 부모 준비가 되지 않은 거라고
우리 둘의 인생이 아직 더 즐길 것들이 많고, 돈도 더 벌어야 하고 하며
조급하지 않은 척을 해봐
우리 둘이 사랑할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한 거라고
아빠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너에게 나누어줄 사랑이 부족한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갈팡질팡해
이제 지금 가지면 언제나 오지 계산하는 일을 그만뒀어
매번 봄이나 가을에 아기가 태어나면 좋겠다느니
딸이면 좋겠다니, 아직 있지도 않은 너에게 지금 생기면 '효녀/효자'라고 태명을 지어야겠다며
김칫국 마시는 일도 그만하려고 해
한의원을 다니고 자궁 찜질을 하며
내 몸이 차서라고 원망을 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아기맞이 쑥 팬티를 입고, 쑥 좌훈을 하고
아빠와 영양제를 드링킹 한 지가 반년.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아서 아이가 안 생기는 거라고
회사를 그만두고 또 기다리지
내 몸이 더 건강해지길, 튼튼한 엄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달에 조금 마신 맥주 때문은 아니겠지, 아침에 정신 차리고 일해야 한다며 마신 라테 때문은 아니겠지
하며 마음 졸이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해놓고는 또 생각해
이렇게 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나 직업마저 둘 다 잃는 건 아닐까
임신에 더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사람이 되진 않을까 걱정을 해
임신하고 육아휴직받고 돌아갈 곳이 있는 워킹맘이 되는 일이 이렇게 힘든 거였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이렇게 내 것을 내려놓아도, 경제적 풍족과는 더 멀어지고
내가 공부한 게 아깝다는 마음도 접어가며
지금까지 내 인생 노력의 총집합체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오로지 너만 기다리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사실은 회사 다니기 싫어서 임신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 다시 한번 묻곤 해
난 진정 부모의 준비가 된 걸까.
내 한 몸 회사 다니며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들어하던 내가 부모를 욕심내는 건 책임지지 못할 생각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또 다른 고민들이 생겨나
마음 편하게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괜히 짜증이 났어
조급하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했지
마음을 놓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내가 엄마 될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까?
--- 2020년 겨울, 작가의 서랍에 숨겨뒀었던 마음을 이제야 꺼내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