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아이 이야기
비밀 하나가 있다.
사실 난 편의점에 가면 무척 의기양양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 적 난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가진 돈은 많아봤자 오백원인 시절이었기에 슈퍼에 가도 먹고 싶은 걸 다 살 수가 없어 항상 슬펐다. 부모님이 슈퍼마켓을 한다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먹고 싶은 과자와 아이스크림과 사탕들 가운데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한가지만 골라서 사서 나와 아쉬워하며 아껴 먹어야 했던 시절. 그래서 명절에 세뱃돈을 받으면 스크류바를 열개 넘게 사다가 냉동실 깊-은 곳에 숨겨 놓으며 행복해하곤 했었다.
그런 내가 이제 편의점에 가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
먹어보고 싶은 과자든, 호기심이 생기는 신상 음료수든, 뭐든! 몇 개라도 이제 난 살 수가 있다.
그 정도의 돈은 버는 어른이 된 것이다.
내 알맹이는 어렸을 때의 나 그대로인데, 나의 지갑은 달라졌다. 심지어 용돈이 아니고 내가 번 돈이다.
이제 나라는 사람이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있는 과자들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편의점 진열대에 놓인 과자들을 바라보며 새삼 느껴보는 것이다. 그럴 때 무척 의기양양한 기분이 든다. 내가 꽤나 부자로 느껴지고, 아 내가 성공했구나 싶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진 않고, 속으로만 의기양양한 기분을 즐긴다.
문방구도 그렇다.
분명 얼마전까지 난 펜도, 색종이도, 팬시용품도 비싸서 살 수 없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덧 30년이란 시간이 흘러가 있고, 지금의 난 동네 문방구 정도에선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춘 어른이 되어있다. 물론 자동차 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이런 기분이 안나지만, 동네 문방구에서만큼은 난 정말 부자다.
오늘도 동네에 새로 생긴 [빵꾸똥꾸 문방구]에 갔다가 또 그 의기양양한 기분을 만끽하고 왔다.
초딩 전용 문구점이라는 분위기가 진열대만 봐도 물씬 느껴지는 엄청난 곳이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기양양했다. 어른인 척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구경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여기선 내가 재벌이다라는 마음으로, 초딩 어린이들의 부러운 듯한 눈길들을 즐기며, 의기양양하게 지우개 달린 연필세트와 스티커와 모양자를 결제한 뒤, 기분 좋게 하교, 아니 귀가했다.
내겐 그런 비밀이 있다.
[글 빚는 변호사 / 김세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