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가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찬이가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마른 몸으로 잔뜩 긴장한 채 서재방 구석에 숨어버리던 찬이는 몸무게는 3. 3킬로가 되었고, 거실에 있는 캣타워 꼭대기 층을 차지해 느긋하게 낮잠을 자며, 새벽엔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활보한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을 포함한 병원 사람들 모두를 진땀 흘리게 했던 찬이는 어느덧 3차까지 예방접종을 마쳤고, 다음 주엔 중성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논다.
놀아주는 집사까지 사냥놀이가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로 사냥놀이에 진심이다. 음... 사냥놀이에는 정말 진심이다. 이렇게 몰두하고 격정적으로 사냥놀이를 하는 고양이는 처음 보았다.
처음 쌍하악질로 첫인사를 나누었던 희봉이와는 사이좋은 형제가 되었다. 그리 겁 많던 찬이가 우리 집에 적응한 데엔 희봉이의 역할이 컸지 싶다. 사람을 무서워했을 때에도 찬인 희봉이 만큼은 따르고 좋아했다. 길에서 엄마, 형제들과 지내다 구조되었기 때문일까, 고양이 형인 희봉이는 처음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몸과 이마를 비볐다. 순한 희봉이도 찬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놀기 시작했다. 희봉인 동생에게 캣타워 상석 자리도 양보하고 사냥놀이도 양보하고 본인 밥그릇에 찬이가 머리를 박고 먹어도 꿈뻑꿈뻑 바라보기만 한다. 아무튼 그런 희봉이 덕분에 우리 집은 이제 찬이의 영역이 되었다. 꼭대기 구석에 숨어버려 철거 공사까지 하게 만들었던 서재 붙박이장은 찬이 전용 캣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숨을 곳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시바견 콩지가 우다다 다가오면 아직 하악질을 하며 도망가 숨어버리지만 그것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처음엔 콩지가 오는 소리만 들려도 붙박이장 위로 올라가 버렸는데 이제 점차 대피하는 곳이 낮아지고 있다. 콩지가 있어도 거실에 나와 캣타워에 올라가 콩지를 바라보거나, 콩지가 곁으로 와닿을 만한 곳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일이다.
찬이가 오고 내게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희봉이와 잘 놀고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둘이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집에 사람이 없을 때도 둘이 서로를 외롭지 않게 해 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어쩌면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람 입장에선 그렇다.
외동으로 지내는 첫째가 안쓰럽게 느껴질 때 둘째를 낳게 되면 느끼는 뿌듯한 감정과 비슷한 것일까?
요즘 난 새벽 다섯 시면 깬다.
새벽마다 두 고양이가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탓에 다른 식구들 잠을 깨울까 봐 얼른 일어나게 된다.
덕분에 아예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습관을 들여버렸다.
지금도 둘은 아침밥을 나란히 배불리 먹고 난 뒤 내 옆에서 하나는 자고 하나는 놀고 있다.
조용한 이 아침, 그렇게 나의 두 번째 고양이는 내 곁에 있다. (첫 번째 고양이와 함께...)
봉이와 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