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빌딩을 지나며
가족이 소중한 이유
N변호사님의 부고가 있은지 일년이 되어간다.
S빌딩엔 여전히 N변호사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간판이 달려있지만
그 간판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던 때가 언제였나 싶게 이젠 그저 그런 풍경이 되었다.
마지막 보내는 길 그리도 울고 또 울었다던 동료 변호사들도 일상을 찾아가는 듯 하다.
함께 골프를 치고, S빌딩을 지나면서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각자의 삶과 일에 여념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 오래 알고 지내고, 많은 것들을 함께 했던 친구들도 친구일 뿐이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가슴 아파 했으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진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도 그런 것인데, 그저 알던 친구, 이웃은 더할 것이다.
한사람의 죽음이 잠잠히 잊혀질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은 그러할까.
N변호사님의 가족들은 가장의 죽음으로 당장 생계 전선에 내몰렸을 수도 있고, 학업과 진로에 큰 변화가 생겼을지 모른다.
1년은 커녕 몇십년이 지나도 남편과 아버지, 자식의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슬퍼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가족에게 만큼은 인생이 통째로 흔들리고 크게 뒤바뀌는 지각변동이 되고,
쉽사리 강도가 가벼워지지 않는 정신적 고통과 슬픔으로 남는다.
그렇게 가족은 나의 존재와, 나의 삶, 죽음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그 소중함 역시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이 시간, 소소한 여행과, 맛있는 음식과 차 한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 그러한 것들을 그 누구보다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당장 같이 있으면 재밌는 듯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내 생명의 무게를 함께 나누며 살고 있는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 그 시간의 기억은 내가 떠난 후에도 그 누구보다 내 가족들이 오래, 깊고 진지하게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