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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Apr 22. 2024

평화의 상징

도시의 시꺼먼 때를 뒤집어쓴 너는

쓰레기봉투를 찢다가 눈이 실명되고

머리카락에 발가락이 잘리고

자동차 바퀴에 깔릴지라도

너는 살 수밖에 없어 살아간다


몇 백 년 전 너의 고향은 바위산이었다

바위산은 없어졌고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너는 한때 노아의 방주에서 나와

올리브가지를 물어다 준 재건의 화신이었고

사랑의 상징이기도 했다가


마술사의 도구가 되고

풍선이나 폭죽의 대체품이 되고

우편배달부로 환영을 받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유해 동물이다


너는 살아갈 뿐인데

수가 너무 많다고

병균을 옮긴다고

골칫거리란다


마음 편히 먹을 수도 걸을 수도 없다

난데없는 발길질에 너는 있는 힘껏 도망치는데

그 날개바람마저 싫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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