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호라 Feb 29. 2024

길 위의 봄

온몸이 까맣고 매끈한 너를 봄이라 불렀다

밤도 아니고 콩도 아니고 봄이었다


네가 동그란 눈을 빛내며 다가와

아옹 아옹 울었다

봄이 온 것 같아 봄이라 불렀다


봄아, 봄아

언제고 부르면 봄이 왔다


봄아 부르면 따뜻했다

봄이 왔다 그 말이 설레었다


까만색이 봄의 색이 되었다


아옹 배고프다는 소리

아옹 아옹 문을 열어달라는 소리

그르릉 쓰다듬어달라는 소리


봄을 떠올리면 많은 소리가 나는데

봄을 쓰다듬으면 많은 소리가 나는데

봄이 가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봄을 안은 건 길에서였다

울음을 듣지 못해 울었다


봄이라 이름 지어서 다행

봄은 어디선가 올 테니까

울타리를 넘어올 테니까

봄은 매화로 올 수도 있으니까


봄이 왔다면 네가 왔다는 소리

매거진의 이전글 사건 현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