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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니 Aug 02. 2023

남양주에 삽니다

나는 남양주에 산다.

무 연고 없는 남양주에, 그것도 친정 엄마까지 온 가족이 다 함께 정착한 지 벌써 일곱 해가 되어간다.


남양주에 살게 된 계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니며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많은 또래 직장인들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나는 전라도. 말 그대로 깡촌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인천에서 오랜 기간을 지냈다. 경상도에서도 몇 년의 시간을 살았으며 결혼 후엔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고 적응하는 과정에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익숙함에 따분함을 느끼고, 새로움을 만나는 과정이 즐겁다. 단골집보다는 안 가본 식당에서 처음 느껴보는 맛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신혼집 계약이 끝나 이사시기가 되었을 때 살던 동네를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비용에 대한 부담, 조금은 여유로운 주거환경에 대한 로망과 같은 이유가 우리 부부를 경기도로 이끌었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 여러 곳이 고민의 대상이었다. 여기저기 직접 가보았지만, 그중에서도 남양주가 강원도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울에 인접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조금 더 하자면, 시골 출신 촌년으로서 남양주에는 서울에서 찾기 힘든, 차소리 없는 진짜 자연과 여유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남편과 나는 모든 면에서 반대의 사람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산과 숲, 사람이 적은 곳에서 쉼을 얻는다는 점이 닮았다. 그리고 드라이브가 취미인 것도. 


우리는 신혼 초에 출퇴근을 편리하게 하고 싶어 서울에 집을 구했다. 하지만 그때도 주말에경기도에서 주말농장을 하고 틈만 나면 서울 밖으로, 산으로 숲으로 쏘다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초록으로 가득한 나 같은 시골출신에게는 늘 자연에 대한 그리움, 갈망이 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많은 이들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열광한 것을 보면 비단 시골출신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자연은 나에게 곧 고향과의 동일어이다. 그래서 남양주에서 새로 시작한 삶은 나에게 안정과 만족을 주었다.


남양주살이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자연이 좋고 삶의 속도가 조금 더 느리다. 그리고 그만큼 서울이 멀다.


남양주, 그중에서도 우리 동네는 교통의 불모지이다. 서울에 갈 때는 주로 춘천 가는 기차인 ITX나 경춘선, 광역버스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운행시간이 뜸하고 그나마 연착이 밥 먹듯 하다. 대부분의 열차가 청량리역에서부터 같은 레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경기도 남양주, 그것도 다산신도시 보다 더 들어간 남양주 끝자락에 산다고 하면, 서울사람들은 종종 마치 저 멀리 산골에서 산 넘고 물 건너온 사람을 보는 것 마냥 안타깝게 여긴다. 언제고 지하철만 타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서울사람들에게는 그럴만한 일이다.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출근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한 달 전 아침 7시가 되자마자 코레일앱을 켜 티켓팅을 하는 불편을 감수 해야한다. 길고 긴 통근시간은 워킹맘의 삶을 고달프게도 한다.


반면 직장이나 집 어디에서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힘들 때 기차 안에서의 시간은 거의 유일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된다.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때로는 웹툰이나 유튜브를 볼 수도 있고 심지어 멍 때리는 시간마저도 소중하다.


기차에서 내려 역광장 들어서면 그제야 숨을 쉬는 것 같다. 익숙한 동네가 주는 편안함 때문에 그렇고, 실제로 시내보다 공기가 좋아서 더 그렇다. 희한하게도 남양주에 살면서는 익숙함이 주는 지겨움을 느껴보지 못했다.


도심이 겹겹이 사람이 쌓인 사람의 숲이면, 우리 동네 남양주에는 진짜 숲이 있다. 도심의 사람들은 빠르게 걷고 말하고 움직이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삶의 속도가 약간 더 느리다. (진짜 시골만큼 느린 것은 아니 딱 '약간'이다.)


일터에서 유독 고된 시간보낸 날은 우리 동네에 들어서며 느끼는 안도감이  크다.


거기에 아이들을 산속에 있는 숲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남양주살이를 포기할 수 없는 큰 이유이다. 우리 아이는 티브이에 나오는 금쪽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선택적 함구증'으로 일 년 넘게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런데 숲유치원을 다니며 지금은 여느 여섯 살 난 아이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을 산다.


우리 동네에서는 전철로 10분이면 대성리역에 가서 북한강변을 거닐 수 있고, 남들은 주말에나 겨우 찾는 북한강변 카페를 차로 20분이면 평일에도 얼마든 갈 수 있다.


직주근접이 최고의 복지라고들 하지만 남양주에 살며 얻는 만족은 적어도 나에게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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