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감사 습관이 뇌의 작동방식을 바꾼다(3호 35개월)
아무리 몸부림쳐도 변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어디선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들려올 때면 순식간에 힘이 빠지고 마음은 갈 곳을 잃었다. 지금까지 우울하게 살아온 내가 바로 그 증거인 것만 같았다. 정말 나의 두뇌는 오랜 기간의 부정적인 사고에 맞춰 굳어진 철옹성일까. 지금 내가 하는 모든 노력이 헛짓거리는 아닐까. 40년간 못 바꾼 걸 바꿀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내가 변화지 못하면 아이는?
그런 내게 9회 말 역전 홈런보다 더 짜릿한 반전 뉴스가 찾아든 건 다큐멘터리「감사가 뇌를 바꾼다」(KBS 다큐 ON 53회, 2021.02.12. 방영)를 시청하면서다. 이 다큐는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실제로 사람의 뇌가 변한다는 실험 결과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뇌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이렇게나 많다니! 새 출발을 위한 신호탄이 팡하고 쏘아 올려진 느낌이었다.
그중 가장 나의 흥미를 끈 것은 5분 명상 실험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에 게재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감사가 뇌신경망에 미치는 영향 실험>
2017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276명의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5분간의 감사 명상과 원망 명상이 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측정했다.
<실험 내용>
5분 동안 피실험자에게 아래의 소리들을 들려준다.
① 감사 명상 – 생각해보면 고마운 사람이 많다, 나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등
② 원망 명상 – 다 내 탓이고 다 내 잘못이다, 나는 살면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등
<실험 결과>
감사 명상 후 뇌의 긍정감정처리회로 연결성은 증가하고 부정감정처리회로 연결성은 감소했다.
단 5분의 긍정 명상으로 뇌의 일부가 변했다! 심지어 자기가 직접 생각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남이 틀어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긍정심리회로의 연결성이 증가했다. 나는 누구나 노력만 하면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증거에 흥분한 나머지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의 함성을 질렀다.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동안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것 같았다.
이것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니 거울을 보며 "넌 할 수 있어, 사랑해"라고 말하는 원리도 이해가 갔다. 두 달 전 처음 거울 속 나와 대면한 이후 종종 거울을 보며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 등의 말을 해왔는데 딱히 온몸에서 불끈 에너지가 솟는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효험은 없었다. 그런데 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뇌가 미세하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한 행동이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하고 있었다니 횡재한 느낌이었다.
감사의 놀라운 힘은 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3개월간 감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실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전후 아동의 뇌파동 검사 결과, 긍정심리는 증가하고 부정심리는 감소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뇌피로도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라며 그것이 가정, 학업, 교우관계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했다. 마음의 여유라. 내가 아이를 낳은 후 잃어버린 대표적인 것이자,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 아니던가. 감사를 하면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다니, 마치 구원의 문을 열 열쇠처럼 느껴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반복'이다. 보통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감정에 더 길들여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뇌과학자 알렉스 코브 박사는 뇌에 반복적으로 감사에 관한 정보와 행동이 입력되면 전대상피질에서 감사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게 되면서 점점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반복적인 감사 습관이 뇌의 작동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 간단히라도 꾸준히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예!
그간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바꿔보려 노력해왔지만 막막할 때가 많았다. 변화에 대한 회의는 물론이거니와 부정적인 감정을 대체할 새로운 감정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찾아왔는데, 이젠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거지. 막연히 나 자신을 믿어야 해, 아이를 믿어줘야 해 라며 믿음을 강조해보았지만 당위성만으로는 힘을 쓰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은 바로 감사라는 걸 알았다. 두뇌 자체를 변화시키다니 감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것이 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앞으로의 내 인생에 함께 할 친구는 바로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