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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mj Aug 13. 2020

코로나 속에서도 줄이 긴 식당들

코로나 블루,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 


 인류가 모여 살게 된 이유는 생존의 기회를 높이고 더 즐겁게 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최초로 군집을 이루고 살았던 페루의 도시들에서 발견된 것은 물고기, 피리, 허브였습니다. 모여 사니까 더 즐겁고(피리) 삶의 기회들이 많더라(물고기)는 것을 깨닫고 모여 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인류는 사람 간의 정보교류를 통해 진화한 것입니다. 모여 살게 되면서 미묘한 감정 전달, 표정 등 모여 살기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들을 얻게 되면서 두뇌가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 세월을 모여서 살았는데요, 이제 코로나로 모이는게 안전상 위험해진 상황이 되었고, 모여 살지 않아도 잘 살아갈 방법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대면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많은 비대면 서비스와 상품들을 경험했습니다. 비대면은 시간절약, 불필요한 이동 등 경제적인 효용성 면에서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대면은 생활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자주 보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와 단절되면서 생겨난 우울감을 의미합니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교류가 없는 혼자만의 사회는 외로움과 우울, 단조로움을 낳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오히려 반사회적 인간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 처음 맞은 연휴. 많은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와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일부 호텔 객실 점유율이 70%~80% 이상으로 올라오고, 식당들도 많은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제 주변에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맘 먹고 온가족이 외식을 했다고 하는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실제로, 관광지, 도로, 식당 등은 코로나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결국 인간은 일년 내내 집안에서 나홀로 비대면으로만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비대면 생활의 갈증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찾게 됩니다.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온라인에서 찾았듯이 말입니다. 정반합의 원리입니다. 과거에 비해 온라인 소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지 온라인만 존재하게 될 것은 아닐 거란 얘기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만 간다 


비대면 소비로 많은 외식매장들이 폐업 신고를 하였고, 외식업 매출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온라인과 함께 HMR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해 가는 환경 속에서 외식 시장은 어떠한 모습을 그려야 할까요?

 

소비의 목적은 실용적 소비와 쾌락적 소비로 나뉩니다. 실용적 소비는 말 그대로 배고픔 해결이나 시간절약 등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하는 소비로써, 배고파서 후딱 저렴하게 먹는 패스트푸드나 분식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반면, 쾌락적 소비는 즐거움을 위해 하는 소비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활동들이 최소화되면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실용적 소비를 위해 각종 HMR 상품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쾌락적 소비는 제한되었습니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 출처: 남민정


외식의 목적은 코로나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왕 외출하는 거 제대로 안전한 환경에서 나의 니즈를 맘껏 충족해 줄 수 있고 가치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대체되어도 별 차이 없는 상품들은 비대면으로 구매하여 가정에서 소비될 것이고, 꼭 오프라인으로 즐겨야만 충족될 수 있는 상품들은 나가서 즐기게 되겠지요. 


이번 연휴에 제 주변 사람들이 외식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고파서 끼니를 때우려고 먹었다는 이야기보다는 ‘먹고 싶었던 곳에 가서 거하게 제대로 먹었다’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는 바로, 외식은 즐거운 경험(쾌락적 목적)을 위한 소비공간임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한끼 때우려는 실용적 목적의 식사는 배달주문이나 간단히 조리해서 먹으면 되지만, 나가서 외식을 할 바에는 정말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즐겨야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즉, 외식은 이전 보다 쾌락적 니즈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 외식을 할꺼면 제대로 먹고 싶은 거 먹는 목적성이 뚜렷한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식당 경쟁력  


이처럼 코로나 이전과는 변화된 외식소비자들의 니즈들 속에서 포스트코로나에서는 어떠한 오프라인 매장이 생존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은 어떠한 식당을 찾아갈까요?

첫째는 기본기를 갖춘 식당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서비스 직원이나 음식을 한 그릇에 놓고 나눠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감을 느낍니다. 우리 모두는 식당의 위생안전 환경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관리 요소들이 이제는 소비자들 눈에도 다 들어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 출처: 끌리는 식당의 비밀 (Publy)

매슬로의 피라미드는 인간의 하위 니즈부터 상위 니즈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위 니즈인 생리적인 욕구부터 최상위 니즈인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구성되어 있는데요, 하위 니즈가 만족되지 않으면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욕구는 “안전”입니다. 하위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니즈라는 점입니다. 왜 이 두가지 욕구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지 이해가 가시죠?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소비자들도 위생안전에 대한 니즈가 이전보다 높아졌는데, 코로나로 인해 범국민차원에서 더욱 민감해지게 된 겁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위생안전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보이는 곳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역으로, 높은 위생안전 수준을 갖춘 외식업장들은 이를 마케팅포인트 활용하는 것은 국민들의 고조된 안전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제대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식당입니다. 외식을 하면 HMR보다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지더라도 혹은 외출로 인한 리스크가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만한 경험 가치가 있는 곳만이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좁은 공간의 불편함을 잊게 만들었던, 소박하지만 맛있었던 음식> / 출처: 남민정

며칠 전 이태원에서 요즘 핫하기로 소문난 한 식당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좌석이 따닥따닥 붙은 곳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별다른 불편함 없이 즐겼을 만한 평범한 환경이었는데, ‘코로나 습관’으로 인해 그 곳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가깝네” “답답하다” “밀도가 높네” ”얼마나 맛있길래 내가 지금 이 시기에 여기를…”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올 무렵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런 불편할 뻔했던 감정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높은 밀도를 감내할 만큼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전반적인 외식소비는 급격히 감소한 와중에 인기식당은 여전히 만석에 웨이팅까지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번 외출하는 거, 제대로 소비해야 한다는 의도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외식업주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와중에 여전히 줄이 긴 식당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강력하게 맛있는 음식, 고객과 오랜 동안 쌓은 신뢰도, 고급스럽고 특별한 서비스, 특별한 경험 등 뭔가 ‘강력한 필살기’들이 있는 곳들입니다.


코로나를 겪은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대해서 더욱 까다로워지고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끼니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목적에서는 HMR이나 배달을 통해 소비하고, 뚜렷한 즐거움을 위한 목적이 있는 쾌락적 소비에서는 외식을 할 겁니다. 위생안전 등 식당의 기본기를 갖추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식당들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위생적이거나 매력 없는 식당을 방문한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평범한 음식은 HMR이나 밀키트 만으로 충분히 집에서 간편하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배웠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이투데이, 2020-04-26, [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는 무엇을 찾을까?
CBS김현정의 뉴스쇼, 2020-05-01, 미래학자 "코로나 이후, 인간의 생존 방식이 뒤집힌다

무료사진출처:  Unsplash


* 네이버비즈니스, 남민정의 푸드인사이트, 2020년 5월 기고글 



필자: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F&B 소비심리와 관광산업을 연구하고, 강연과 글을 통해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인사이트플랫폼은 F&B를 둘러싼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F&B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꼭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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