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소비생활
“종식되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즉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개인이나 가족의 가치관 때문에 나타나는 생활양식, 행동양식, 사고양식 등 생활의 모든 측면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전체적인 형태로 나타낸 말”, “한 개인이 살아가는 독특한 생활방식” 등으로 정의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코로나로 이 라이프스타일이 송두리째 달라지고 있죠. 특히, 우리의 소비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보겠습니다.
① 자주 하다가 감소한 활동: 외식, 마트 방문 등
② 과거에 하다가 안 하는 활동: 여행, 영화관/공연장 관람, 백화점/쇼핑몰 방문, 테마파크 방문 등
③ 과거보다 증가한 활동: 식료품 온라인구매, 외식 온라인구매, VOD/넷플릭스 시청, 아동도서/장난감 온라인구매, 그 외 각종 모바일앱 사용 등
④ 처음 해본 활동: 화상 회의, 화상 강의(강연자), 화상교육 수강(학부모), 아동신발 온라인구매 등
단순히 이야기하면, “바깥에서 하는 소비가 줄고 온라인 이용이 증가했다”, “외식이 줄고 가정 내 소비가 증가했다” 인데요, 이는 소비시장 관점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저 중에 ③번(과거보다 증가한 활동)과 ④번(처음 해본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기존시장을 뒤흔들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④의 존재는 시장에서 얼마나 세력을 확장할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종류의 앱들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할머니, 할아버지도 배달앱을 까셨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저도 이번에 저의 어머니 핸드폰에 깔아드렸고요. 제가 코로나 이후에 새로 설치한 F&B 배송앱만 해도 여러 개입니다. 외식배달 주문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기존에는 주로 배달의 민족만 이용하다 새로운 앱을 써보고자 쿠팡이츠를 새로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고요, 업무상 알게 된 미트박스라는 축산물직거래앱도 설치하였습니다. 미트박스는 식당 대상의 B2B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전 같았으면 깔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가정내 고기소비가 늘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좋은 고기를 구매하고자 바로 깔았지요.
사실 저는 얼리어답터도 아니고 하나에 정착하면 그냥 쭉 사용하는 충성고객 스타일이라서, 온라인 배송앱들을 그다지 다양하게 이용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다 보니, 이런저런 앱들을 설치해보게 되고 새로운 온라인업체들에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소비자행동론에 ‘최초구매’와 ‘반복구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최초구매는 말 그대로 상품을 처음으로 구매해보는 것을 의미하고, 반복구매는 그 이후 재구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디에나 파는 몇 천원짜리 생필품은 최초구매가 쉽습니다. 그리고 구매한 상품의 품질이 좋고 만족스러우면 반복구매는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그런데 우리 생활에 등장한 지 몇 년 되지 않는 푸드테크라는 영역에 해당하는 이 다양한 앱들은 최초사용이 아주 쉬운 편은 아닙니다. 그 앱들이 없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를 계기로 이 새로운 앱들은 사용해보고 제가 느낀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편리하고 좋다!”는 겁니다. 전에는 깔아놓고 이용해보니 막상 불편한 앱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앱들도 진화하는지 제가 이번에 설치한 새로운 앱들은 참 편리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설치해 놓은 모바일 앱들을 사용하지 않고 다시 과거에 사용하던 구매경로로 되돌아가게 될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편리한 걸 추구합니다. 몰라서 못하면 몰라도, 일단 좋은 거 알고 나면 계속 하고 싶죠. 즉, 포스트코로나에서도 반복구매가 이루어질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집콕 환경에서 온라인으로만 모든 것을 구매하고 소비할까요?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끝없이 다양한 경험을 갈구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불과 서너달 전만 해도 수많은 서적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경험경제의 도래로 단순 구매보다 그 상품을 통한 그 이상의 ‘경험’에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가치있는 경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맛있는 음식 그 자체일수도 있지만, 직원의 서비스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매장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복잡다양한 요인들의 구성으로 경험이 완성되기 때문에, 리테일 영역의 경험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해짐에 따라 유통소매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집이라는 공간도 가치 있는 경험을 합니다.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독서하며 마시는 커피 한잔이나 소파에 편히 기대어 TV를 보며 마시는 시원한 수제맥주 한잔의 시간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집안에서의 온라인 소비는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갖기에는 제한일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 집구석, 방구석이란 표현이 있는건가요?) 집안에서 네모난 화면으로 만나는 경험들은 직접 방문해보고 만날 때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 만큼 제한적입니다.
아주 예전에 나온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에 “네모난 집, 네모난 티비, 네모난 컴퓨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네모난 것들뿐” 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그 노래에는 네모난 스마트폰은 등장하진 않지만(1996년도 노래입니다!), 온라인의 발달로 현재 우리는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네모난 세상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환경의 네모난 세상에 갇혀서 사는 만큼,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더욱 갈구합니다.
코로나의 공포와 오프라인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온라인 시장으로 흘러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들은 기존에 몰랐던 온라인 시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더 편리하게 구매하는 경로를 알게 되었고, 같은 컨텐츠를 집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포스트코로나에서의 소비는 온라인 시장에서’만’ 이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온라인 시장에 대해 알게 된 것이지, 기존 오프라인 시장이 없어질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집은 결국 ‘경험을 소비하는 여러 장소 중 하나’인 것이고, 온라인 구매는 ‘상품을 구매하는 여러 경로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는 거죠. 소비자들이 경험을 중요시하고 갈구하는 만큼, 전염병이 종식되면 집안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하고 가치 있는 경험을 찾아 집밖으로 나설 것입니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 백과
무료사진출처: Unplash
* 네이버 비즈니스, 남민정의 푸드인사이트, 2020 04월 기고글
필자: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F&B 소비심리와 관광산업을 연구하고, 강연과 글을 통해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인사이트플랫폼은 F&B를 둘러싼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F&B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꼭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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