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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Oct 10. 2020

퇴물 점보기의 귀환

아시아나항공

"현대산업개발을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한 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내가 만난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부실한 금호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에 꽤나 흥분돼 있었다. 하지만 그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재실사를 요구하며 차일피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미루던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이 끝내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건 250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전이다.


HDC와 매각 결렬...항공시장 재편 가능성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 매각 추진에 나섰다. 금호리조트는 경기도 용인시 아시아나 CC를 비롯해 경남 통영 마리나리조트 등 콘도 4곳과 중국 웨이하이 골프 앤 리조트 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분리 매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항공 시장의 판이 새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과 신규 LCC인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도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여서 기존의 대형 항공사 2곳과 나머지 LCC로 이뤄진 항공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노장' 화물기 B747 귀한 대접

5천 억짜리 A380 퇴출 위기


회사 어떻게 해서든 현재 위기 속에서 최대한 버텨보자는 분위기다. 국제선이 막히면서 덩치 큰 에어버스 380이 애물단지가 돼버렸고 6대가 모두 주기장에 방치돼 있다. 덩달아 380 조종사 100여 명도 휴직에 들어갔다. 대부분 90일 이상 비행을 하지 못해 자격마저 상실됐다. 그동안 천대받았던 '하늘의 여왕' 보잉 747 기종이 화물기로 효자 노릇을 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47은 모두 13대. 그 가운데 1대 만을 제외하고 모두 화물기로 사용 중이다. 회사는 에어버스 380 기장들에게 747로 옮겨 갈 기회를 주고 있다. 747 기종 조종사들은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 비행 스케줄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들은 당연히 예전 월급을 그대로 받고 있다. 반면 380 기종 조종사들은 지난 5월부터 기약 없는 휴직에 들어갔다. 월급도 747 조종사들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상황이 나아져 복귀하더라도 전원 복귀가 아니라 순차적인 복귀가 될 전망이다. 같은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들 사이에서 기종 차이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애물단지가 된 에어버스 380


에어버스는 하늘 위의 특급호텔이라 불리던 380 기종 생산을 2021년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380은 1대당 5천 억 원이 넘지만 이에 비해 수익은 크지 않아 비효율적인 비행기로 평가받고 있다. 보잉 747에 대응하기 위해 복층 구조로 최대 승객 544명을 태울 수 있는 380은 지난 몇 년간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박삼구 전 회장이 지난 2011년 프랑스의 에어버스 380이 아닌 미국 보잉 747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면 10년 뒤인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19 위기에 맞대응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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