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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Oct 10. 2020

티켓 할인에 경쟁력 상실

하이에어

  


지난 5월 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경영난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최장 6개월까지 휴업이 가능한데 임금 체불과 보유 항공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운항 재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50인승 여객기인 엠브라에르 ERJ-145를 도입해 그간 양양 국제공항을 베이스로 운영되었지만 지난해 11월 플라이 강원의 등장으로 제주 노선의 여객 수요를 빼앗겼고 마지막 남은 양양-부산 노선마저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극심한 상황에 치닫게 됐다. 이로써 현재 국내 하늘을 나는 유일한 소형항공사는 하이에어뿐이다.


하이에어는 울산에 본거지를 두고 2018년 소형항공운송사업자로 국토교통부에 등록했다. 50석 규모의 터보프롭 ATR 72-500 기종 2대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김포-울산 노선에 이어 김포-제주, 김포-사천 노선을 운항 중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ATR 항공기 제작사는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의 합작 법인이다. ATR72-500은 72석 규모지만 국내 소형항공사 탑승 제한 인원인 50석으로 축소해 좌석 간격을 97cm으로 넓혔다.  


하이에어 1호기

출발은 화려했다. 기존 항공사 비행기에서 볼 수 없었던 마린블루와 마젠타핑크색으로 1, 2호기를 도장했다. 김포 공항 주변을 운전하다 보면 가끔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가 그려진 강렬한 색상의 비행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용주 의원의 지지에 힘입어 하이에어는 지난 1월 말부터 하루 3차례 여수-김포 구간도 운항했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의 저비용항공사가 여수에 취항한 이후 수익성이 악화됐고 결국 해당 노선 임시 중단에 들어갔다. 다른 노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만 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LCC보다 싸게 KTX보다 빠르게'라는 메리트로 야심 차게 승부수를 띄웠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부족했다. 저비용항공사는 물론 대형 항공사까지 티켓 무한 할인경쟁에 뛰어들면서 운항 노선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항공기 동체 프레임의 일부 균열로 부산항공청으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는 등 잦은 비행 스케줄 취소로 탑승객의 불만까지 더해졌다. 2020년 10월 기점으로 현재는 화요일과 수요일 비행 스케줄이 전부 빠져있는 상태다.


게다가 415억 원이라는 탄탄한 규모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하이에어는 최근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룹 지배회사와 계열사 간의 자금 거래로 인해 자금 규모가 축소했고 지난 8월 일찌감치 들여와 제주-울산 노선에 추가 투입하기로 계획한 3호기의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2020년 10월까지 직원 휴직을 하지 않은 유일한 항공사다. 11월부터 부기장에 대한 유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최대 9명이었던 기장 수는 2020년 10월 기점으로 4명으로 줄어 기장은 휴직을 할 수도 없는 상태다.

  

하이에어가 보유한 ATR 기종은 터보프롭 형태로 기체가 가벼운 데다 연료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항공사로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 비행기다. 또  제트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는 활주로가 짧은 소규모 공항을 운항할 수 있어,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노선을 신설하는 데 제격이다. 특히 섬 지역으로의 이착륙이 가능해 울릉도에 공항이 마련된다면 터보프롭이 잘 활용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지금, 울릉도와 흑산도는 매력적인 국내 관광지가 아닐 수 없다. 약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배편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공항이 건설돼 하이에어가 취항한다면 상당한 관광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언제 공항이 건설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소형항공사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는 승객들의 탑승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듯 터보 프롭 기종이 소음과 기류 변화에 약하다는 인식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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