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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Oct 11. 2020

코로나 걸리면 2억

에미레이트 항공

요즘 같은 세상에 선뜻 나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객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그들을 공항으로 끌어내기 위해 글로벌 항공사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항공편 탑승객 중 여행 기간 코로나 19에 걸릴 경우 의료비와 자가격리 지원금을 전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탑승객이 크게 줄자 어떻게 해서든 여행 수요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다.


의료지원금은 최대 15만 유로, 우리 돈 약 2억 원을 지급할 것이며 하루 100유로(4만 원)씩 14일간 자가격리 지원금도 준다. 여행 좌석등급이나 목적지는 관계없다.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이드 알 막툼 에미레이트 항공 CEO는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내놓는 조치"라며 "항공편을 이용해도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아무리 2억을 준다 해도 이 시기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 확진자의 세계 평균 치사율은 3.0%, 한국은 이보다 낮은 1.7% 이지만 확진자가 전한 감염 후유증에 대한 공포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 감안하더라도 해외여행을 가는 건 목숨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으로선 그만큼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안전을 자신한다는 뜻이겠지만 상식선에서 벗어난 홍보임이 분명하다. 이런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승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건 그만큼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소유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장거리 운항을 주로 하는데 코로나 19로 국가 간 하늘길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받았다. 여행객들의 항공편 예약이 취소가 줄을 이으면서 지난 9월 환급 요청 140만여 건에 해당하는 약 50억 디르함, 우리 돈 1조 7천억 원의 여객 요금을 환급했다. 3월부터 6월 말까지의 요청분이다. 이미 직원의 30% 정도를 구조 조정하고 남은 직원의 급여를 삭감한 상태다.


이 와중에 미국 교통부가 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이란 공역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40만 달러(약 4억 6천760만 원)의 벌금까지 맞았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운항금지 이란 공역에서 지난해 7월 총 19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운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기 보유량 세계 4위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화물기 취항지역을 100여 곳으로 늘렸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두바이-인천 등 막혔던 국제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등 현재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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