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선뜻 나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객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그들을 공항으로 끌어내기 위해 글로벌 항공사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항공편 탑승객 중 여행 기간 코로나 19에 걸릴 경우 의료비와 자가격리 지원금을 전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탑승객이 크게 줄자 어떻게 해서든 여행 수요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다.
의료지원금은 최대 15만 유로, 우리 돈 약 2억 원을 지급할 것이며 하루 100유로(4만 원)씩 14일간 자가격리 지원금도 준다. 여행 좌석등급이나 목적지는 관계없다.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이드 알 막툼 에미레이트 항공 CEO는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내놓는 조치"라며 "항공편을 이용해도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아무리 2억을 준다 해도 이 시기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 확진자의 세계 평균 치사율은 3.0%, 한국은 이보다 낮은 1.7% 이지만 확진자가 전한 감염 후유증에 대한 공포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 감안하더라도 해외여행을 가는 건 목숨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으로선 그만큼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안전을 자신한다는 뜻이겠지만 상식선에서 벗어난 홍보임이 분명하다. 이런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승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건 그만큼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소유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장거리 운항을 주로 하는데 코로나 19로 국가 간 하늘길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받았다. 여행객들의 항공편 예약이 취소가 줄을 이으면서 지난 9월 환급 요청 140만여 건에 해당하는 약 50억 디르함, 우리 돈 1조 7천억 원의 여객 요금을 환급했다. 3월부터 6월 말까지의 요청분이다. 이미 직원의 30% 정도를 구조 조정하고 남은 직원의 급여를 삭감한 상태다.
이 와중에 미국 교통부가 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이란 공역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40만 달러(약 4억 6천760만 원)의 벌금까지 맞았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운항금지 이란 공역에서 지난해 7월 총 19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운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기 보유량 세계 4위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화물기 취항지역을 100여 곳으로 늘렸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두바이-인천 등 막혔던 국제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등 현재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