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벌려 마중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잘했다 잘했어.'를 반복하며 주방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때쯤 연락을 하거나 찾아오는 이들은 100프로 합격소식을 전해준다.
전화벨이 울리며 발신자의 이름이 화면에 뜰 때, 카톡창과 문자에 발신자 이름이 뜰 때, 입에도 맘에도 찢어지게 웃음이 나오고 '잘했어 잘했어 이쁘고 고마워!'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목소리로 전해 듣던지 글로 전달받는 합격소식에온몸은짜릿한흥분으로 화답한다.
빈이가 마중한 손에 케이크를 건네며 '셋! 다' 합격했고 규는 30분 뒤에 달걀을 사 올 거라말했다.
'셋 다!!' 짜릿한 행복이 전신으로 퍼졌다. 옆에서 20킬로 쌀포대를 꽃다발처럼 안고 서 있던 현이가 약속을 지켰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나! 이 친구들 대단하다.
12월의 매식은 이전달과는 다르다.
1차 임용시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밥을 함께 먹는 그룹들이 바뀐다. 이전엔 친구들과 그룹을 지었으나 이땐 같은 지역 지망생들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함께밥 먹으러 오는 게 일반적이다. 빈이가 말한 '우리 셋'이 그런 그룹이었다.
합격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쌀포대와 달걀이 뭔 일인가 하면,
다부진 체격의 규는 2인분!
훤칠한 현이는 곱빼기!
눈에 총기가 꽉 찬 빈이는 보통!
세 사람의 상차림이다.
몇 해 전 한 학생이 밥을 너무 많이 퍼 공기에서 흘러내리는데그 위에 또 밥을 얹고 있었다. 탕그릇을 꺼내주고 이곳에 밥을 담아가라고 알려 주었고 1년 내내 그 학생 밥은 탕그릇에 담겼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졸업하고 임용되면 쌀을 사 오겠다고 넉살 좋은 인사를 했었다. 그래서 보통 2인분을 먹는 학생들에게 너도 쌀을 사 와야 할 사람이라고 그 선배 이야기를 하며 탕그릇을 꺼내주었다. 이 말인즉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나중에 밥이나 같이 하자는, 다시 봐서 반가웠다는 정도! 그 넉살 좋은 선배가 쌀을 사 오지 않았기에 가볍게 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규와 현에게도 쌀 사 와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는데 자기들은 시험에 꼭 합격하고 본가가 당진인 현이가 지역 특산품인 해나루 쌀을 규는 달걀을 사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저녁,예정된 메뉴는 비빔밥. 특별한 쌀로 지은밥을 비벼버리면 그 맛을 모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비빔밥이니까 당진해나루 쌀로 밥을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나물과 규의 달걀로 꾸미를 만들고 현이의 쌀로 밥을 지어 올리면 좋은 기운의 저녁상차림이 될 것이다. 보통의밥에 특별한 이야기가 담기면 요리가 되는 거다.
밥을 먹는 학생들에게 선배들이 사 온 쌀이랑 달걀로 준비된 것이라고 자랑하느라저녁 내내 입이 바빴다.
올해는 유난히 2인분이 많아 보여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하지만 내 가벼운 말에 약속을 지켜준 그들 덕분에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