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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Jun 01. 2023

언젠가는 집을 지을 거야

남편의 꿈은 진행 중

 아침밥을 먹으며 집 관련 유튜브를 시청한다. 구조가 맘에 들면 저장했다가 한번 더 보기도 한다.

저녁밥을 먹을 때는 텔레비전을 본다. 채널은 생생정보로 고정되어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집과 관련된 코너다.

가끔 자연 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집자랑 하는 장면이 나올 때 "당신은 저렇게 살고 싶은 거지?!"라고 묻는 듯 확인하듯 말하면 남편은 분명하게,

"아니, 난 좋은 곳에서 혼자 말고 당신이랑 살 거야."라고 대답한다.

나는 들었어도 못 들은 척 비슷한 장면에 같은 을 반복했던 이유는,

나이가 들어 귀촌을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더 나이 들어 혼자 남겨질 것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싶었기에 시골살이를 꿈꾸는 남편은 시골에, 도시생활을 꿈꾸는 나는 도시에 살면서 적당히 따로 또 같이의 삶을 미리 연습하고 살자는 주문 같은 거였다.

그러다 남편이 한옥학교를 다니게 되자 시골살이는 때를 정하지 않았으나 따로가 아닌 함께 사는 것으로 마음이 모아지는가 싶었다.


그래서 재작년 11월부터 일단 발을 디뎌보자 시작한 일이 건축일이었는데,

작년 여름이 시작될 즈음 건축현장을 방문한 후 며칠 동안 말문을 닫았다. 공사 중인 집 몇 개월간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 매일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을 했는데 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사비가 이미 다 지급이 된 상황이란 사실이었다.

건축에 대해 1도 모르는 나지만 뼈대만 세워진 상태로  개월 전과 달라진 게 없는, 대충 봐도 50프로의 공정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로 대금은 100프로 지급됐다는 사실기가 막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무슨 일을 그렇게 하냐고 업자에게 그동안 준 돈은 다 어디로 가고 이모양이냐(직접 시공이 아니라 업자를 두고 관리했다)고, 당신은 뭐 한 거냐고 따지듯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이제 하겠지, 나도 답답해, 우리가 준 돈은 빚 갚는데 쓰고 다른 데서 받아야 하는 돈은 아직 못 받아서 돈이 다는.

말이 말 같지 않으니 들어도 이해되지 않아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차라리 입을 다물자 결심하고 밖의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하던 일에 집중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남편은 일도 안 되는 그 몇 개월 동안 아침마다 출근해서 무엇을 했을까?

현장을 방문해 업자를 만나고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빈집이 된 시골집을 수리하고 텃밭에 마누라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고 오이와 상추, 부추와 토마토를 키웠단다.

그 덕에 옥수수는 원 없이 먹었고 싱싱한 채소들도 심심찮게 수확했다.


다행히 업자는 내 울화병이 곪아터지기 직전에 작업을 간간히 진행시켜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 

건축일은 아닌 거 같으니 이 일만 마무리하고 한 우물만 파자고 했지만 맥없이 대답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1년 6개월이 넘게 맘고생을 하고 아직도 진행 중이건만

"한옥과 양옥 건축 모두 배웠으니 우리 집은 당신이 직접  보시지."

좋게 말해도 될 텐데 시비를 거는 양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그 말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남편이 받았다.

 "나도 그러고 싶어."

도대체 내 속내를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은 또 시작되었다.

친정 부모님은 집을 지으라 땅을 주셨고 남편은 틈틈이 우리 집 지을 터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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