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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Sep 20. 2023

5년 사용한 이어폰

고장으로 바꿨습니다

   2년 전, 어금니 임플란트 시술을 하던 의사 선생님은 내 목에 걸린 이어폰을 보시며 임플란트 하느라 돈이 많이 들어 힘드시냐, 요즘 이런 이어폰 안한다. 무선이면서 이쁘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정보(?)를 주셨다. 임플란트 하나 가격이 130만 원, 총 3개 390만 원의 시술을 하던 중이라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으나 그런 이유로 이어폰을 바꾸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성능도 괜찮고 불편도 없어 바꿀 생각조차 없었던 거다.

  

   5년 전, 주방 일 하면서 유튜브로 중국어 회화 공부를 해 보겠다는 큰 꿈을 품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장만했다. 그때는 당연하게도 이 제품은 신상품이고 가격이 제법 비싸고 소리도 잘 들렸다. 중국어 회화 공부는 대략 하다 말았고 노래를 듣거나 좋은 강연을 듣는 데 사용했다.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일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기에 별생각 없이 쓰고 있었다.


  전자제품의 성능이 빠르게 좋아지고 유행의 속도도 빨라서 요즘 이런 거 쓰는 사람이 없다고, 너 같은 사람 때문에 가전회사 망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남편과 아이들도 뭔가 기념할만한 날이면 이어폰 바꿔주겠다는 유혹을 번갈아가며  했으나 멀쩡한 물건을 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초 멀쩡하던 물건에 문제가 생겼다. 목에 닿는 중간 부분이 갈라져 살을 꼬집기 시작했다.

어릴 적 금성전자(LG전자)의 광고 중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워낙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있어 가전제품은 당연히 10년 이상 써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목부분이 터져 바꿔야 하는 상황이 조금 섭섭했다. 하여튼 새것 주문하게 되면 기다리는 동안은 살이 꼬집히지 말아야겠기에 스포츠용 테이프로 갈라진 부분을 감싸고 목에 걸어 보니 이전보다 촉감이 좋았다.

새로 살 이유가 없어진 거다.

돈이 없거나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냥 쓸만해서 계속 쓰기로 했다.  



위의 글을 써서 서랍에 넣어 놓고 발행을 못하던 차에 새것이 생겼습니다.

퍽이나 글 쓰기에 재능이 없고 열심히 습작할 시간도 없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가 없어서 사이버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지망했는데 편입학을 허락받았습니다. 8월 말에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일하는 중에 강의를 집중해 들으려면 성능 좋은 이어폰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굳이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왼쪽의 소리가 들리다 말다 하더니 아예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들이 엄마 공부 응원하겠다며 주변소음도 제거해 주는 성능 좋은 이어폰을 보내 주어 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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