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잠자리 독립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 아이들 방에 살짝 들어가 이불을 덮어 준다. 아이들이 혼자 잠을 자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주 어릴 때를 떠올리면 지금 이 순간이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지금은 어엿한 중학생이지만 큰 아이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잠을 재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어느 정도 커서도 항상 누군가의 등에서 잠이 들어야 했다. 여름날 아이를 재우기 위하여 등에 아기띠를 한채 한참 집 주변을 돌고 나서야 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잠이 들은 걸로 착각했었다.
감은 눈을 보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와 아기띠를 풀었다. 정말 조심조심 아이를 침대에 눕히려 할 때 아이는 언제 잠이 들었나 싶게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시 아이를 업고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겨우 잠자리에 다시 눕혔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아직도 가끔 이야기한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기뻤던 그 한순간을 말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한참을 아이를 업고 이리저리 돌고 나서 아이를 조심스럽게 잠자리에 눕혔다. 그때 아이는 눈을 떴다. 난 직감했다. 다시 도돌이 표 아이 재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아이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빠. 나 이제 누워서 잘래."
내가 큰 아이를 키우며 들었던 말 중 best 5 안에 들어가는 말이었다. 그 이후 거짓말처럼 아이는 잠자리에 누워서 자기 시작했다. 그러나, 옆에 누워서 토닥거림은 아직 필요했다. 그러나, 이게 정말 큰 발전이었다. 물론 그 토닥거림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 새벽에 깨서 내 잠자리로 돌아오는 날들이 더 계속되고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혼자 잠을 자게 되었다. 지금은 난 내가 먼저 잠자리에 방으로 자러 간가. “아빠 잘게~"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둘째는 사실 빨리 잠자리 독립을 시켰다. 언니는 5학년이 되어서야 혼자 잤는데 자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혼자 재운다고 , 밤에 혼자 자기 무섭다며 이리저리 핑계를 대 보지만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는 처지라 큰 아이 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아이를 재우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렇게 둘째 아이는 조그마한 스탠드 등을 켜 놓고 혼자 잠자리에 든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재워달라고 응석을 부리고 못 이기는 척 한 오분정도 재우다가 아이의 잠들기 신호를 감지하고 밖으로 나온다.
둘째 아이의 잠들기 신호는 큰 하품이다. 토닥토닥하기 얼마 후엔 어김없이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다. 마치 ‘아빠 이젠 잘 거예요’라고 신호라도 보내는 듯하다. 큰 하품 뒤에 스르르 잠이 들며 새근새근 소리를 낸다. 아기 때부터 그 잠자는 패턴에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난다.
‘둘째 아이도 재워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때가 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각자의 방으로 독립(?) 했듯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진짜 독립을 하겠지.
오늘도 아침 출근하면서 조심스럽게 아이들 이불을 덮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