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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May 29. 2023

애완 거북 '로라, 바다'

둘재 딸 선물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5월 초 어버이날이 생일인 둘째 딸의 생일 선물이 고민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어린이날과 생일 선물이 두 가지 다 고민이었다. 딸아이는 어린이날 선물은 애완 거북을 사달라고 했다. 생일 선물은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 사진인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했다.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애완동물은 키우기 시작하면 계속 키워야 하니 시작하는 것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큰 아이 어릴 때 7년여를 우연챦게 거북이를 키워 본 경험을 비춰봤을 때 물을 갈아 주는 일, 먹이를 주는 일 또 거북이는 먹이는 주는 데로 잘 먹어서 계속 큰다는 사실을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뱐려견을 데리고 오기에는 제약이 많아서 거북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사실 큰 아이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불가능하다.


4월 마지막 날 대형 마트를 오랜만에 갔다. 분명 예전에 거북이가 있는 곳에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트 안 수족관 주인분에게 물어보니 어린이날이 다가와서 거북이가 다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번 거북이는 주말 오후 늦게 들어온다고 한다. 어린이날 선물인데 어린이날이 지나서 사야 하는 것에 아이에게 미안 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5월 1일은 회사가 쉬는 날이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김대호' 아나운서가 동대문 시장에서 물고기와 파충류 등 애완동물을 사러 갔던 기억이 났다. 차를 타고 아이와 함께 동대문 시장으로 향하였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행동파가 되었을까' 항상 무언가를 할 때면 주저주저하고 고민하고 한참만에 결정을 내리고, 그리고도 행동을 실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약속이나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일사철리가 돼버렸다. 아이가 보채는 것도 있지만 이왕 해줄 거면 빨리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인가 보다.


차를 가지고 가니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목적지를 조금 지나 겨우 사설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동대문 시장으로 향하였다. 먼저 간 곳은 장난감을 파는 상점이 여러 곳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많은 부모님들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라 거북이, 물고기 등을 파는 곳이었다. 물어물어 조금 더 가는 물고기 등이 파는 곳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그냥 제일 좋아 보이는 적당한 곳으로 아이 손을 잡고 들어갔다.


'거북이 좀 보러 왔는데요' 주인아저씨는 정말 조그마한 거북이가 여러 마리 있는 곳을 보여 주며 원하는 거북이로 가져가라고 하셨다. 좋은 거북이를 골라 달라고 하기도 전에 먼저 이야기해 버리셨다. 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조그마한 등 모양이 다르게 생긴 거북이 두 마리를 골랐다. 주인아저씨는 어떤 근거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암, 수 하나씩이라고 하셨다. 사기 전에는 암수 구별이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쨌든 그렇다고 하시니 암, 수 한 마리씩 집으로 데리고 왔다. 거북이 종은 '페닌슐라쿠터'였다. 나도 예전부터 마음에 들었던 귀여운 청거북이였다.



아이들은 거북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예전에 키우던 거북이가 이름이 없다고 하자 불쌍하다를 연달아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나도 왠지 이번 거북이들은 이름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 이름을 따서 O북이로 지으려고 했으나 최종 이름은 '로라'와 '바다'였다. 로라는 오로라에서 따온 이름이고 바다는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었다.


인터넷에서 거북이 집도 좋아 보이는 걸로 샀다. 욕심에 거북이 사이즈 보다 너무 큰 걸 샀다고 생각이 들지만 거북이들이 마음껏 노는 것을 볼 수 있기에 잘 샀다고 생각했다. 나도 관심이 없었다 했지만 이것저것 신경을 쓰고 있나 보다.


처음엔 거북이 집 한편에 있는 먹이통에 먹이를 놓았다. 일주일을 먹이를 먹지 않는 거북이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예전에 거북이를 처음 키울 때 먹이를 잘 먹지 않아서 못 키웠던 기억이 나서 걱정이 되었다. 걱정을 하며 산책을 하다 문득 물에다 먹이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집에 와서 그렇게 했더니 정말 잘 먹었다. 이런.. 거북이가 반려견도 아닌데 먹이통에 먹을 걸 주고 기다리다니.


지금은 너무 잘 먹고 멀리 먹이가 있어도 막 헤엄쳐 와서 먹는 모습이 귀엽다. 크기에 비하여 꿍의 크기도 너무 커서 '우리가 똥쟁이를 데리고 왔네' 하며 웃기도 했다.


둘째 아이도 먹이 주는 것도, 스포이드로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도맡아 열심히 '로라'와 '바다'를 돌보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즐겁게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감'이라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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