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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May 27. 2023

'독감'이라서 다행이네요

공간밀집도의 차이

 어제 새벽부터 둘째 딸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였다. 해열제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는 꼭 필요한 가정상비약이다. 약이 있는 부엌 한 켠 장을 열어 해열제를 조심스럽게 먹였다.

"아빠, 머리가 뜨거워~" 손수건에 물을 적셔 머리에 놓아주었다. 다행히 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 열나는 걸 경험해 보니 땀이 난다는 건 몸에 열이 내리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임을 안다. 해열제를 더 챙겨 학교에서 열이 나면 먹으라고 하고 출근했다.


아이는 학교 갔다가 오늘 가야 하는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을 다 마치고 집에 와 있었다. 매정한 부모인가 보다. 아프다고 해도 학원에는 기어이 보내니 말이다. 오늘의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아이의 얼굴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저녁이어서 병원이 다 문을 닫았기에 다른 증상은 없고 열만 나서 하루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의 몸은 밤새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기 전 해열제를 먹였지만, 새벽에 다시 열이 올랐다. 해열제를 다시 먹이고 물수건으로 얼굴과 몸은 계속 닦아 주고서야 겨우 열이 내렸다. 오늘이 사월 초파일이라 대부분의 병원이 토요일임에도 문을 닫았다.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문을 연 병원으로 갔다.  


병원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앉을자리를 찾을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았기에 아픈 환자들이 몰린 것이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 분의 말에 접수를 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숍은 연휴로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 때문인지 너무 한산했다. 아이의 열은 계속 나고 있었지만 환자들로 가득 찬 병원 안에서는 몸이 더 아픈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왠지 다 나은 것 같았다. 아이가 아픈 것은 변한 게 없지만 있는 공간 차이만으로 기분이 나아졌다. 아이도 한 결 편안해 보였다. '공간밀집도의 차이'에 따라 '마음 밀집도'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적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또 캠핑을 하고 하는 것 같다. 난 따듯한 라떼, 아이는 따듯한 초코를 시켰다. 기다릴 때를 대비해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아이는 아픈 것을 잊기 위해서 좋아하는 '급식왕' 만화책을 읽는다. 난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온 '수학에 강한 아이를 만드는 초등수학 공부법'을 꺼냈다. 아픈 아이 앞에서 이런 책을 읽고 있다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집어든 책이었다.



한 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내고 다시 병원을 가서도 이십여 분을 더 기다렸다. 간호사는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같이 하겠느냐고 물었다. 사실 얼마 전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셨고 아이도 접촉이 있었기에 걱정이 되던 차에 아이가 열이 나니 정말 걱정이 한가득 더 한 상황이었다. '제발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검사를 했다. "독감입니다"

'아, 다행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여기는 내가 우습다. 코로나는 아직 격리가 필요하기에 솔직히 더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다.

타미플루 처방을 받고 집으로 왔다.


연휴기간 동안 동생 가족들과 부모님과 함께 짧은 여행을 가기고 했었는데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취소가 되었다. 그 취소된 연휴를 독감이 채워주고 있다.

아이는 수박을 맛있게 먹고 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열은 내렸다. 다시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어야 하겠지만 컨디션은 나름 좋은 상황이다. 무사히 독감을 잘 넘겼으면 한다.


나도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면서 연휴를 보내야겠다. TV는 '텐트밖은 유럽 [노르웨이] ' 가 나오고 아이는 계속 외국에 놀러 가자고 보채고 있다. 누워있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 아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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