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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Apr 23. 2024

우린 어떻게든 결국 만났을 거야

그녀와의 운명적인 만남

 '22년 방영되었던 '스물다섯스물하나' 드라마에서 아시안게임 펜싱 결승전을 앞두고 잃어버린 펜싱 칼을 찾고 기차역에서 펜싱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희도'에게 '백이진'이 건넨 말이다.

"우린 어떻게든 결국 만났을 거야"

 서로가 아직은 응원하는 사이이지만, 결국 둘은 만날 '운명'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 한순간의 운명적인 만남이 미래에 만남이 영원하리라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에게도 무수한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만남들이 운명적이었다 느끼게 되는 순간순간이 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세 살 터울의 여동생 대학 졸업식이었다.

코스모스졸업으로 여름에 회사에 입사한 6개월 차 새내기인 내가 휴가까지 내가면서 그 졸업식에 기어이 참여했던 건,  끈끈한 남매간의 정 때문이었을까 가족 간의 소중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녀와의 운명적 만남을 위한 것이었을까?


왜 나는 동생과 친구들의 단체 사진을 찍는 사진사 역할을 굳이 자처해서 그녀가 내 눈에 들어오게 만들었을까?  나중에 그녀는 이야기해 주었다. 나에게 내 동생과 둘이서 사진 찍는 것을 부탁했었다고 말이다.

그녀도 내가 어느 정도 신경 쓰였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와의 첫 만남은 시끌벅적한 여자대학교 여대생들의 졸업식에서였다.



 그 일이 있은 이후 2년 정도 흘렀다. 나는 계속되는 야근에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토요일 근무도 있던 시기라 주말은 집에서 밀린 잠을 자면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면서 지내고 있었다. 12월의 마지막 날은 제야의 종소리를 회사에서 들으며 연말을 마감하는 작업을 하던 때였다.


결혼할 시기가 되어서인지 가끔 들어오는 소개팅과 어른들이 주선해 주는 선자리 (소개팅과 선자리의 차이는 그냥 친구가 소개했는지 어른들이 소개해 주셨는지의 차이만 있었다...)에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서로 마음이 맞는 상대가 없었었나 보다. 이것도 지나고 보면 그녀와의 만남을 위한 운명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대학교 동창을 소개해 준다고 했다. 사실 동생 입장에서는 굳이 친구를 오빠에게 소개해주는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있었을까? 오빠를 정말 믿었거나 친구를 정말 좋아했거나...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난 결단코 그녀를 소개해 달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은 말이다. 그녀는 동생이 그녀에게 '오빠가 지금 소개팅을 하고 다니니 지금 오빠를 만나지 않으면 오빠가 곧 결혼할 수도 있다'라고 해서 소개팅에 나왔다고 했다.


동생은 재수를 했고 그녀는 한국사회의 나이를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 소위 '빠른'으로 일찍 입학했기에 나하고는 학번은 4년, 나이는 5년 차이가 났다. 굳이 월로 따지면 50개월 정도이니 5살 차이가 난다고 하기에는 좀 가혹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어렸다. 나이도 어렸지만 그냥 모든 것이 어린 소녀였다.



"우린 어떻게든 결국 만났을 거야"

동생 졸업식의 스친 인연의 시작으로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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