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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맘 May 23. 2021

저는 커리크랩,쏨땀,똠양꿍,싱하를  좋아합니다.

여행은 먹고 마시는 거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빼고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여행의 추억도 언제나 맛있는 음식과 술로 기억된다. 나의 소박한 꿈은 ' 전 세계 맥주를 다 마셔 보는 것!'  승무원으로 비행을 할 때도 새로운 스테이션에 가면 로컬 비어를 잔뜩 담아왔다. 지금도  새로운 맥주를 보면 꼭 마셔보려고 한다. 여행을 갈 땐 맛집 리스트를 중심에 두고 호텔과 투어 계획을 짠다. 주변에 와이너리, 양조장, 맥주 박물관 등이 있다면 꼭 들러본다. 그곳에서 생산하는 술들을 공짜로 (입장료에 포함되었지만) 마실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은 큰 덤이다.




 중국에서 살 때 칭다오맥주 박물관에 갔었다. 곡물이 발효되어 맥주가 되는 과정을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게 전시 해 놓았다. 마치 보리로 태어나 효모를 만나 간질간질하다, 뿅뿅 소리를 내고 둥실둥실 커지다, 톡톡 터지며 발효되어 맥주가 된것같은 느낌이랄까? 컨베어 벨트 속  빈 병 박스에 칭다오 맥주가 되어 촤아악 담겨 박스로 포장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관경을 바라보는 게 어찌나 아름답던지... 세계 여러 박물관을 가봤지만 이런 감동을 느낀 적은 없었다. 관람 중, 관람이 끝난 후 두 번 맥주 시음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느 도시를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태국 방콕이라고 외쳤다. 2007년 비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방콕을 갔었다. 밤늦게 도착한 방콕에서 비행 후 허기진 배를 붙잡고 동료들과 호텔 옆 식당에 갔다.  허름하고 지저분하지만 맛은 최고였던 "쾅 시푸드"에서  처음 커리 크랩과 태국 맥주를 먹었을 때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와~ 나 승무원 되기 진짜 잘했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눈물을 흘리며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었다.  



이제 너무 번듯해진 쾅 시푸드





  태국 음식은 내가 좋아하는 해외 요리 중 단연 1순위다. 최애  태국 음식점 1위는 태국 방콕 후웨이 쾅 역 근처에 있는  '쾅' 시푸드'다. 태국 요리를 처음 먹어 본 곳이라 그런지 다른 유명한 식당에서 먹어도 이곳이 생각난다. 허름했던 식당은 이제 번듯한 3층짜리 건물도 지어 이사를 했고 몇 개의 분점도 생겼다. 비행이 끝난 후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으면 현지 청년들이 맥주를 버킷으로 보내주기도, 음식값을 계산해 주기도 하는 훈훈한 추억도 있다.



커리크랩






 신선한 게를 카레소스와 계란으로 어우러지게 볶아낸 커리 크랩. 솜땀은 그린 파파야로 만든 무생채 같다. 피시소스를 이용해 더 감칠맛 나고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솜땀은 '솜땀 누아'라는 식당이 잘한다.  솜땀 누아에 파는 닭 날개 튀김도 예술이다. 뜨거운 철판에 계란 물과 생굴, 숙주를 넣은 태국식 오믈렛 맛은 또 어떻고~ 매콤한데 상큼하고 오묘한 시큼 매콤 달달한 똠얌꿍에 밥 한 공기 말아먹고 싶다. MK 수끼에서 태국식 샤부샤부를 먹기 전엔 꼭 수박주스를 원샷하고 시작해야 한다.


 




 쏨땀, 똠얌꿍, 커리크랩, 모닝글로리, 팟타이, 란나, 워터멜론 주스, 망고 라이스, 생선 튀김, 굴 철판요리, 닭튀김, 오징어 마늘 튀김, MK 수끼, 달달이 디저트는 물론 맥도널드 콘 파이, 저렴한 열대 과일까지... 숨 안 쉬고 막 자판을 두드릴 정도로 줄줄이 생각나는 태국 음식들. 처음엔 강한 향에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맵고 짜고 달고 한국 입맛에 딱 맞는 태국 요리! 한번 맛 들이면 빠져나오기 불가능한 그 맛! 입덧을 할 때도 이런 음식들이 생각났다.







뱃속에서부터 태국 음식을 찾던 따님들






 '삐끼 뉴!'라고 불리는 피시소스에 매운 고추를 다져놓은 양념은 어디에나 어울린다.  게살 볶음밥에 한 숟갈 넣어 먹으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다.  요즘이야 태국 음식점이 많아져서 대충 비슷한 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지만, 입덧을 할 때는 "거기 그 집에 커리크랩과 솜땀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두 번에 태교여행도 방콕에 갔고, 아이를 낳고 처음 갔던 여행도 방콕이었다.




태국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태국 맥주이다. 하늘을 날 것 같은 사자 로고가 눈에 띄는 '싱하'는 색이 맑고 맛과 향도 부드러운 편이라 간이 센 태국 음식에 어울린다.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창'비어는 유럽 맥주처럼 색이 진하고 구수한 편이라 생선 튀김이나 오징어 마늘 튀김, 태국식 닭튀김과 찰떡같이 어울린다. 태국의 맥주는 상냥하고 친절한 고향의 맛이라고나 할까? 아주 맥주 소믈리에 할 판이다.  여하튼 태국에 가면 꼭 태국 음식과 함께 태국 맥주를 마셔야 한다.




나의 베프 태국 승무원 친구


대한항공 태국 승무원 결혼식




 태국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친절한 태국 사람들 때문 아닐까? 어딜 가도 현지인 닮았단 소리를 듣긴 하지만 방콕에 딱 내리면 현지 조업사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 다짜고짜 태국어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분들 모라고 하는 거야?" 현지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태국 승무원인 줄 알고 쓰레기통 어딨냐고 묻는 거라고 했다. 태국 승무원들도 나를 보면 태국어로 먼저 말을 건다. 덕분에 태국 승무원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중국에 살 때도 날 보러 유일하게 와준 친구가 태국 친구였다. 그녀의 결혼식엔 들러리를 서기도 했다. 태국 사람들은 진심이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돈으로만 관광객을 보지 않고 '손님'으로 대접해 준다.




일 년에도 몇 번씩 가던 태국을 못 만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야 넌 진짜 언제 사라질 거니?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겠니?




#태국여행 #방콕여행 #커리크랩 #싱하비어 #태국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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