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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공 Mar 24. 2021

01. 일상을 예술로 만들기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현대 예술은 일반적으로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로 구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예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줄 분만 아니라 예술 자체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철학자가 있다.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철학자 존 듀이는 인간의 일상적 경험 가운데 하나였던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되어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생활과 동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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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현대 예술에서 고착된 장르 간의 위계를 폐기하고 수평적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오늘날의 예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으며 가장 신뢰할만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경험으로서의 예술' 초록 中]
100 페이지 가량의 짧은 글로 이루어졌어요! (조금 어려운~)



모나리자와 노을

지금 당장 눈을 감고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모나리자에 대한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는 상태라면, 그냥 '눈썹이 없는 여성을 그린 아주 유명한 그림이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명한 사람이 그린 유명한 그림~ 왠지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고~ 작가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그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엔 어느 날 무심코 본 노을이 아름다워 보였던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무심코 본 노을은 아름다웠고, 힘든 내 하루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보는 저녁노을이지만 다른 노을과 달리, 오늘 노을이 유독 아름답게 하나의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어떤 것이 예술일까? 앞에서 이야기한 뉘앙스를 보면 알겠지만, 후자이다. 물론 모나리자가 위대한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그것이 내 경험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나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에게 '경험'이 될 때에만 미적인 지위를 갖는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문명에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예술에 대한 찬미를 통해 진척을 이룰 수 없으며,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고 인정된 위대한 예술 작품들만을 통해 진척을 볼 수 없다. 예술론이 얻고자 하는 이해에는 하나의 우회로에 의해 도달될 것이다. 즉 그러한 경험이 갖는 심미적 성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보통의 평범한 사물들의 경험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29p.
예술은 일상 경험으로부터 발전해나간다

그러므로 예술은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의 깊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 보고 듣는 사람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기쁨을 주는 사건이나 광경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심코 본 노을이 어스름하게 세상을 덮는 모양에 주목하는 사람, 화초를 손질하는 주부의 기쁨이나 집 앞 텃밭을 돌보는 남편의 강렬한 흥미에 주목하는 사람, 바로 이들이 인간 경험 속에서 예술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은 자기 눈 앞에 펼쳐지는 색색의 경험에 매혹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눈 앞에 펼쳐진 것들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경험의 주체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단순한 재현 행위가 아닌 예술가의 경험을 통과한 것이 예술이다. 재현은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행위. 자연을 재생산하는 것뿐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에게 많은 활력을 주고 있는 여러 예술은 사실 사람들이 예술로 여기지 않는 것들이기 쉽다. 예를 들어 영화, 재즈, 연재만화, 그리고 사랑의 보금자리나 살인, 강도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 등이다. 보통 사람들이 예술로 알고 있는 무언가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갇히게 될 때, 경험을 향한 충동이 일상 환경에서 제공되는 발산 수단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활동적인 의미에서의 경험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실제 경험'이라고 말하는 경우나 사건, 즉 우리가 무엇을 회상하여 '그것은 하나의 경험이었다'고 말할 때의 바로 그것이다. 한때 친했던 사람과의 싸움이나, 결국 간발의 차로 비켜 간 재난과 같이 아주 중대한 일일 수도 있으며, 혹은 비교적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비교적 하찮은 것이었을 수도 있으며, 바로 그 하찮음 때문에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잘 설명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72p.


예술은 일촉즉발의(순간적인) 감각적 우연성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경험의 응축된 행위이다. 경험이란 다양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 자체의 완성으로 향하는, 진행과 정지를 포함한 소재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험으로서, 예술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경험을 경험으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사고하고 결론을 내려보려고 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 어떠한 행위나 공간, 물건, 그 경험이 무엇이든 글로 정리하고 결론을 내린 후에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다.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방법과 그 결과물들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여름에 진행한 타이포그래피 워크숍에서 시작되었고, 현재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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